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각종 수수료를 12일부터 대폭 낮추기로 한 것은 고객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 주는 반가운 조치다. 일상적인 은행거래 대부분에 수수료가 부과되면서 은행 수입은 크게 늘어났지만, 고객 부담은 그만큼 가중돼 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 잔치를 한 은행들이 과실을 고객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도 있다.
국내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경쟁에 본격 나선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 금리 자유화로 인해 은행의 전통적 수입원인 예대마진(대출 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수입)이 갈수록 떨어지자 수익 다각화를 명분으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이 구조조정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위급한 상황이기에 정부도 이를 권장해왔다. 그러한 분위기를 타고 수수료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마냥 매년 인상되고, 다양한 거래로 확산됐다.
최근 6년간 은행 수수료 인상률은 36%로, 평균적인 금융서비스 물가 인상률보다 배 이상 높았다. 또 수수료가 송금, 인터넷뱅킹, 수표 발행 및 교환, 자동화기기(ATM) 이용처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단순 거래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반면 외국 금융 회사들은 수수료 수입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인수 합병과 직접 투자 같은 분야가 주 대상이다.
국내 은행들이 선진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쉽게 올릴 수 있는 수수료 인상에만 매달려왔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우수고객 우대 차원에서 고액거래자에게는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다.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이 여전히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그러나 금융 업무에서 특정 분야만 따로 떼어내 원가를 계산하는 방식 자체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밝혔듯이 수수료 인하가 당장 수익성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중ㆍ장기적으로는 고객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때늦은 감마저 있는 수수료 인하가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아름다운 경쟁으로 번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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