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월가의 전설적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에게 쏠린다. 400여억달러의 현금을 포함, 1,300여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투자지주회사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버핏(76)이 주주들에게 연례 투자보고서를 편지 형식으로 띄우는 시점인 까닭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편지는 이 기간 중 토요일을 택해 발표됐으나 올해는 목요일인 1일(현지시간) 나왔다. 회계연도 만료 후 60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마감일인 이날을 택했다고 한다.
▦ 버핏이 이번 편지에서 전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변동성이 커진 투자 환경을 설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후계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지난 해엔 자연(natureㆍ재해)이 휴가를 떠나 운이 좋았지만, 시장이 갈수록 비정상적이고 심지어 괴기스럽게(bizarre) 움직이는 만큼 단 한 번의 실수가 오랜 기간 쌓아온 성과를 까먹을 수 있다." 소위 '가치 투자' 전략으로 총자산 2,500억달러의 7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해 40억달러의 세금을 빼고도 110억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 작년에 보유주식의 가치가 20%나 오른 주주들의 보다 큰 관심은 버핏의 후계자다. 지난 해 그는 환경운동가인 자신의 큰 아들 하워드(53)를 '경영하지 않는 회장(Non-executive Chairman)'에 지명하고, 사실상 회사를 관리할 최고경영자(CEO)도 내정했다고 밝혔다.
기업문화 수호가 잣대였다. 반면 올해 버핏은 투자를 책임지는,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는 자회사의 CIO로서 엄청난 실적을 올린 측근의 이름을 거명하면서도 "나이가 너무 많다"고 잘랐다.
▦ 그는 복잡하게 말했으나 내용은 간단하다. 통찰력 상상력 감수성 판단력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진정 그런 사람이 있다면 수입을 해서라도 나라 경영을 맡기고 싶을 텐데…. 그는 재산의 85%인 370여억 달러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면서도 점심은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포스코 주식을 샀다고 시장이 호들갑을 떨고, 증권사들은 버핏이 "좋아할 주식"이라며 종목 소개에 열을 올린다. 돈을 좇으면 돈을 잃는다는 게 그의 지론인데도 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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