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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 될 줄 잘 알면서도 던진 개헌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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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 될 줄 잘 알면서도 던진 개헌시안

입력
2007.03.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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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 시안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이 범 정부 차원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대통령을 4년 중임으로 하자든지,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일치시키자든지 하는, 내용 상의 문제를 말하기 앞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을 굳이 강행하려는 뜻을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누차 지적한 바 있지만, 개헌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지금 대통령이 반드시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은 별개 문제다. 결론을 반복하자면,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은 개헌 시도를 깨끗이 거두어 주었으면 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개헌이 '역사적 책무'라고 했다. 그리고 대선 주자들과 각 당이 공약과 당론으로 개헌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야당들이 자신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반역사적이라는 비난을 의도하는 듯하지만, 야당과 대선 주자들이 상식과 여론에 어긋나는 정치 의제에 대해 반드시 반응해야 할 이유나 의무는 없다.

개헌에 대한 소신과 인식이야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또 정부의 개헌 시안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우선적인 국정 의제로 실행하려 할 때 소모적인 논란과 국력과 국론의 낭비가 따른다면 재고하고 수정하는 것이 올바른 국정 운영의 원칙이다. 무엇보다도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 충분히 예고된 상태다. 현실 상황과 정치 환경은 그렇게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개헌의 내용과 일정에 대해 대선 주자들과 타협하고 합의가 되면 개헌 발의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당도 차기 대선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개헌은 단순한 행정 정책이나 간단한 인사 행위가 아니다.

국가의 틀과 미래를 논의하는 고도의 정치행위에 실체가 없는 상대를 거론하고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정부와 후보들에게 이런 저런 요구와 주문을 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략이 풍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개헌 시안은 앞으로의 개헌 논의에 하나의 소재이자 자료가 될 수는 있다. 이 정도 의미와 수준에서 노 대통령의 개헌론은 멈추는 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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