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문제 충돌… 차기회담도 불투명
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7, 8일 이틀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으나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성과없이 종료됐다.
북한대사관에서 8일 열린 마지막 회담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식민지배 청산 등을 의제로 협의에 들어갔으나 일본측의 납치자 전원 생존 주장과 송환 등의 요구에 북한이 반발, 평행선만 긋다 45분만에 끝났다. 차기 회담의 장소나 시기도 결정하지 못했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일본은 2202년에 종결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라는 억지 주장”이라며 “일본측의 성의 없는 태도로 더 이상 회담을 진행시킬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측이) 경제제재를 철회하고 조총련 탄압을 중지하며 과거청산을 시작할 경우 납북자 재조사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일본 대표단은 “이틀째 협의에서는 납치문제와 과거 청산을 포함한 국교정상화에 관한 쌍방의 기본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다”며 “이로써 이번 회의는 종료됐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의견 교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회담에서도 일본측의 납치문제 전면 해결 촉구에 대해 송 대사가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고 반발, 오후 일정이 취소되는 파행을 겪었다.
교도통신은 “북한의 강경자세는 납치 문제 해결을 에너지 등의 지원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을 견제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6자회담 ‘2ㆍ13 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실무회의 중 북일 회의만 납치문제에 집착하는 일본의 무리한 요구로 삐걱거린다는 인상을 줘 6자회담에서 일본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ㆍ13 합의 결과로 이미 5만톤의 중유와 함께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재개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일본의 정략적 의도가 담긴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납치문제가 핵심의제로 논의될 경우 김정일 정권의 부도덕성만 부각될 것이 뻔하고 북일 수교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식민지배에 따른 경제적 보상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담겨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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