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공동 구매 등 생활 밀착형 풀뿌리 운동 지원"
“20년 전 노동자를 위한 보육공간 ‘인천 일하는 여성 나눔의 집’에서 직접 키운 우리 딸이 벌써 대학 3학년이니 세월 참 빠르네요.”
8일은 99주년이 되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지난 4일 창립 20주년 기념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남윤인순(49) 대표. 13년간 여연에 몸담고 실무와 정책을 겸비한 활동가로 인정받아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말한 한국 여성노동운동 20년의 의미는 의외로 소박했다.
여성노동자를 위한 교육ㆍ보육운동 현장활동가 출신인 그는 호주제 폐지 및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인권 관련 법제도 정비를 가장 큰 성과로 들면서, 안팎에 불고 있는 여성운동에 대한 회의와 반감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여성운동이 현실과 괴리된 채 ‘그들만의 담론’으로 전락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동안 제도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소수의 운동가가 데모를 펼치는 등 정치운동에 중점을 둬온 건 사실”이지만 “위기가 아닌 운동의 패러다임 변화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어머니급식폐지운동, 여성공동보육공제조합, 교복 공동구매 운동 다수의 평범한 여성이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필요를 충족하고 있다”며 “여연은 지역여성운동센터 등을 만들어 풀뿌리 생활운동을 교육ㆍ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명숙 전 총리, 지은희 전 여성부장관,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배출한 여연이 정계 입문 기구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남성 의원들이 미뤄온 성평등 제도를 정착시킨 개인의 역량으로 봐야 한다”며 “여성 인재풀이 부족했던 시절 여연이 정책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남윤 대표는 수도사대 재학 시절 재단 비리에 맞서 학내 민주화 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1979년 인천에서 봉제노동자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94년 여연 사무국장, 2003년 사무총장을 거쳐 2005년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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