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북핵 해결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직접 협상에서 유익하고 건설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2ㆍ13 북핵 6자 합의의 실행의지를 확인하고 그 절차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 및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의 장ㆍ단기 목표를 폭 넓게 논의했다고 한다.
시대착오적 냉전 대치를 반세기 넘게 지속해온 두 나라가 갑작스레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내닫는 진정한 의도가 더러 미심쩍기도 하지만, 지겹도록 한반도를 얽어맨 전쟁 공포와 핵 위협을 해소하는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
이번 협상에서 두드러진 것은 과거처럼 각자 목표를 고집하기보다 협상국면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점이다. 양측은 미국과 우리 보수여론이 강조하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함께 다짐했다.
HEU 관련 정보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측 협상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거듭 의혹 규명을 다짐한 것은 보수세력이 시비할 빌미를 제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이에 적극 호응한 것은 핵심 목표에 집중, 주변적 이해와 명분은 양보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타협적 자세가 구체적 결실에 이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한 것은 협상의 장래가 험난할 것임을 상징한다.
북한의 요구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규정을 철회, 당장 절실한 국제금융 및 수출시장을 제약 없이 이용하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이는 통상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에 앞서 취하는 우호적 조치이다. 그만큼 미국의 획기적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이 북ㆍ일 사이의 납북자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협상 목표가 제한적 수준임을 시사한다.
결국 북ㆍ미 관계 정상화 협상이 북핵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핵 폐기 조치와 마찬가지로 점진적ㆍ단계적 타협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되뇌는 북ㆍ미 두 나라는 성실하게 책임을 이행하는 자세를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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