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흐르는 사랑>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라는 명제를 영상으로 표현하려 한다. 굳이 ‘영상’ 이라고 말하는 것은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서사구조 때문이다. 영화는 대사와 연기가 아닌 초자연적인 각종 영상으로 세 시대와 공간의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로 맺어보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천년을>
16세기 스페인. 용맹스러운 기사 토마스(휴 잭맨)는 여왕 이자벨(레이첼 와이즈)로부터 영생의 나무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고 목숨을 건 여정을 시작한다.
무대가 21세기 어느 의학연구실로 옮겨지면, 의사 토미(휴 잭맨)가 첫눈이 내린다며 산책을 하자고 찾아온 아내 이지(레이첼 와이즈)를 매몰차게 돌려보낸다. 토미는 죽음을 기다리는 암환자인 이지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개발연구에 몰두한다. 세번째 공간은 26세기 우주. 톰은 천년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미스터리의 정체를 찾기 위해 생명의 나무와 함께 우주를 떠돈다.
3가지 이야기는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그것으로 무언가 깨달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영화는 인간의 삶과 사랑의 영속성(永續性)에 대해 묻는다. 갖가지 영상기호로 ‘인간이 영원히 살아간다면 인간이 품은 사랑도 영원할 수 있느냐’는 철학적 질문을 한다.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비디오아트에서나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화면이 삽입된다.
<파이> (1998년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레퀴엠> 등의 단편으로 천재성을 입증한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 생경한 영상실험을 하는데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액스맨> 시리즈의 휴 잭맨도 우여곡절 끝에 주연을 맡았다. 8일 개봉. 15세 관람가. 액스맨> 레퀴엠> 파이>
김성한기자 wi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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