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볼 때마다 심심찮게 나오는 기사 중 하나가 대학의 등위이다. 우리나라 어느 대학이 세계 몇 위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더라, 세계 오십 위권 대학에 우리나라 대학은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더라, 등등. 해서, 각 대학들은 향후 몇 년까지, 세계 몇 위권 대학 안에 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그에 따른 발전기금모집에 총력을 기울인다.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고,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면 나쁠 것도 없는 일이다. 칭찬해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것이 과연 등위로, 등수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슬금슬금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건물의 연면적, 교원의 논문발표건수나 졸업생의 취업률 따위로는 결코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어떤 무형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교양을 가르친다는, 교양의 최전선이라는 자부심이다.
이 교양이라는 것은 결코 수치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양은 수치화될 때, 교양이라는 이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등위를 매기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무슨 이유로 등위를 매기는 것일까? 그것을 곰곰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교양이 사라진 시대, 누가 과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인지.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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