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교실’ 로그인…내년 시범실시…2011년까지 100곳으로 확대
2013년 3월 서울 혜화초등학교 5학년1반 교실. A군 책상 위에는 교과서는 물론, 공책과 필기도구도 없다. 학습전용단말기 1대와 전자펜만 달랑 놓여있다. A군은 단말기에 떠 있는 수학문제를 풀다 궁금증이 생기자 ‘쪽지 기능’을 이용해 B교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확히 2분 뒤 단말기를 통해 B교사의 답변이 왔다.
다음날 A군은 심한 감기에 걸려 결석했지만, 몸을 추스린 이날 오후 B교사와 학습단말기 화상통신으로 수업 공백을 거뜬히 메웠다. 이른바 ‘디지털교과서’가 바꿔 놓을 미래의 학교교실 모습이다.
종이교과서가 2013년부터 초ㆍ중ㆍ고교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교과서 참고서 등 각종 학습자료를 하나로 묶어 사이버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는 디지털교과서가 새로 선보인다.
1945년 처음 발간된 종이교과서 시대가 68년 만에 막을 내리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7일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 초등 5학년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100개 초ㆍ중ㆍ고교에 시범 적용해보고 2013년부터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단 초등 1~3학년은 제외된다.
●미리 들여다본 디지털교과서
디지털교과서는 ‘학습의 보고’를 목표로 한다. 교과서 내용은 물론이고 참고서, 학습사전 등 방대한 내용이 담긴다. 동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도 제공한다. 콘텐츠 개발은 정부와 민간업체가 나눠서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는 정부가 주도하지만 참고서와 학습사전 등은 민간업체가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학생들은 학습전용단말기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로그인 후 학교나 시ㆍ도교육청에 구축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가 상당한 교육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실험학교 운영이 성공을 거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4개 초등학교 300여명을 대상으로 디지털교과서 사용 효과를 분석한 결과, 중ㆍ하위권 학생들의 학업성취 점수가 종이교과서를 사용했을 때보다 최고 4점 이상 높았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디지털교과서는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걸림돌은 없나
교육계에선 디지털교과서가 초ㆍ중등 교육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단말기 문제가 간단치 않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확대되는 2013년부터 학생 1명당 1대의 학습전용단말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입 비용이 10만원대여서 학부모 부담이 크다.
통신료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현행 초ㆍ중등 교과서 발행에 드는 7,800억원을 단말기 무료보급 비용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디지털교과서가 학습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인터넷 중독 등 통신매체 의존도를 심화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가 학생들의 독서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디지털교과서 전면 확대는 산업적 측면에서는 옳을 지 모르지만 교육적 측면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미국 등 선진국이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놓고 상용화하지 않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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