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복제의 시대" 9·11 등에 파격 주장도
시뮬라시옹(거짓 꾸밈) 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지성 장 보드리야르가 6일 파리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29년 프랑스의 서부도시 랭스에서 태어나 68년 <사물의 체계> 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보드리야르는 파리10대학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가르치며 50권 이상의 저서를 남겼다. 소장 학자 시절,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자인 앙리 르페브르를 추종하며 현대 소비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던 그는 70년대 중반 이후 마르스크주의와 결별하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중매체와 사회현상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사물의>
그의 대표적 학설인 시뮬라시옹 이론은 현대사회에서 원본과 복사본,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차이가 없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로 현대사회를 규정한 그의 주장은 철학 뿐 아니라 미디어와 예술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가상 이미지가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그의 담론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영화 <매트릭스> 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매트릭스>
포스트모던 시대를 보는 이런 독특한 관점에 힘입어 보드리야르는 현대성에 대한 뛰어난 해석자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소비의 사회>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푸코 잊기> ,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숭고한 좌파>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메리카> 등이 꼽힌다. 아메리카> 걸프전은> 숭고한> 시뮬라크르와> 푸코> 기호의> 소비의>
보드리야르는 91년 “걸프전에서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고 전쟁은 이라크에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았다”며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주목을 받았고, <테러리즘의 정신> 이란 에세이에서는 2001년 9ㆍ11 사태를 ‘세계화의 표출’이라며 테러범을 두둔하는 듯한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는 등 현실 문제에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다. 테러리즘의>
2002년과 2005년 문학포럼 등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한반도가 통일돼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경계가 사라지면 문화적이고 비물질적인 대립과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 한국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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