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서 공 튀기거나 스트레칭… 허재도 선수말년 경험
구기 종목 중 체력 소모가 가장 큰 농구는 주전 5명만으로는 경기를 꾸려나갈 수 없다. 그래서 ‘6번째 선수’라는 의미의 식스맨(sixth man)이 중요하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시즌이 끝난 뒤 최우수 식스맨을 선정한다. 출범 10년을 맞은 한국프로농구(KBL)도 기량 발전상을 수여하고 있다.
두 시즌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모비스는 10개 구단 중 식스맨 활용을 가장 잘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도 선수 말년엔 식스맨으로 뛰며 팀(동부) 우승에 일조했다.
비상대기조
식스맨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다. 때문에 늘 대기해야 한다. 경기 전 스트레칭, 러닝, 슈팅 등으로 몸을 달궈 놓지만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맞는다. 몸을 식지 않게 하기 위해서 혼자 공을 튀기거나 스트레칭을 한다. 한 식스맨은 “경기 내내 몸을 풀면서 준비하지만 막상 코트에 나가면 팔 다리가 뻣뻣해져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격형ㆍ수비형ㆍ분위기 메이커형
식스맨이라고 다 같은 식스맨이 아니다. 역할에 따라 ▲공격형 ▲수비형 ▲용병 대체형으로 나뉜다. 공격형으로는 모비스 우지원, 동부 손규완, LG 박지현, 오리온스 정재호 등 대표적이다. 특히 정교한 3점포로 무장한 우지원과 손규완은 야구로 치면 ‘대타 홈런’ 1, 2위쯤 된다. 우지원은 6일 KT&G전에서도 교체 선수로 나와 25점을 올리며 승리의 ‘주연’이 됐다.
모비스 하상윤, 삼성 이원수, SK 정락영, LG 박규현, 전자랜드 정선규, KT&G 이현호 등은 찰거머리 수비가 트레이드 마크다. ‘용병 대체형’은 올시즌부터 2, 3쿼터에서는 용병이 한 명밖에 뛸 수 없게 됨에 따라 생긴 ‘신종 직업’이다. 195㎝ 이상의 장신인 삼성 송태영, SK 전희철, LG 박훈근, 오리온스 주태수, KCC 정훈 등이 용병을 대체해서 2, 3쿼터를 누빈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만년 조연’이던 영화배우 김수로는 지난해 <흡혈형사 나도열> 을 통해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이후 김수로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흡혈형사>
식스맨도 마찬가지다. 조연에서 전격 주연으로 발탁된 경우도 있다. 삼성의 강혁, 동부 표명일, KT&G 은희석 등이 ‘조연 출신’ 주연이다. 이들은 입단 초기만 해도 경기당 10분 안팎을 뛰는 ‘땜질용’에 불과했지만 이젠 어엿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강혁은 99년 연봉 7,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올핸 2억8,000만원을 받는다. 표명일도 98년엔 5,300만원짜리 평범한 선수였지만 올핸 1억6,000만원의 ‘귀하신 몸’ 이 됐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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