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성향 고정패널 배치… 약점·사생활로 재미 유발
싸워라. 서로 헐뜯어라. 수위가 아슬아슬한 인신공격도 좋다.
MC와 게스트, 혹은 패널간의 ‘싸움’과 ‘비난’이 오락프로그램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MBC <황금어장> 의 ‘무릎팍도사’는 강호동 유세윤 올라이즈 밴드 등의 진행자들이 게스트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져 당황하게 만드는 것을 컨셉트로 잡았고, MBC <무한도전> 은 고정 출연자들이 사사건건 서로 트집을 잡는다. 무한도전> 황금어장>
SBS <야심만만> 에서는 게스트로 나온 가수 하하가 MC 강호동에게 “(2세가 못생길까 봐) 형수님이 애 낳기 싫어한다면서요”라는 말을 하고, MBC <에너지> 에서는 김구라가 개그맨 김현철에게 “첫 방송에 이런 인간과 섭외를 같이 해서 기분이 안 좋네요”라고 면박을 준다. 에너지> 야심만만>
한 방송관계자는 “과거 시청자들은 오락 프로에서 스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나 매체가 많아지고 인터넷을 통해 스타들의 사생활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는 요즘은 게스트의 민감한 발언을 끌어내는 공격적인 토크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최근 ‘무릎팍 도사’는 MC 강호동의 집요한 질문으로 가수 신해철에게 “양다리를 걸쳐도 괜찮다” “불법 다운로드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닥쳐줬으면 좋겠다”는 ‘폭탄발언’을 끌어냈다.
반면 MBC <놀러와> 는 좀처럼 오락프로에 나오지 않는 배우 설경구가 출연했지만, 영화 <그 놈 목소리> 의 홍보가 심했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그> 놀러와>
출연자들간의 공격적인 대화는 자연스레 고정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무한도전> 이 ‘호통개그’를 일삼는 박명수를 중심으로 출연자간의 대립관계를 만든 것은 유명하고, KBS <해피선데이> 의 ‘쾌남시대’는 가장 어린 노홍철이 대선배 이계인을 ‘형님 형님’하며 놀리는 것을 스토리의 한 축으로 삼는다. 해피선데이> 무한도전>
<무한도전> 과 KBS <상상플러스> 와 KBS <그랑프리쇼 여러분> 의 ‘불량아빠 클럽’ 등 게스트보다 고정 출연자의 비중이 훨씬 큰 오락프로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랑프리쇼> 상상플러스> 무한도전>
덕분에 박명수 지상렬 등 밉지 않게 상대방을 비난하는 연예인들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출연만으로 화제가 되는 톱스타 연예인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시청자들이 연예인끼리 서로 띄워주는 뻔한 토크에 식상해지는 상황에서 ‘비난토크’ 혹은 ‘공격토크’가 오락프로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토크가 국내 오락프로그램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TV 컬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수위를 조절한다면 공격적인 대화도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비난이나 공격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이나 사생활을 들추는 것보다는 출연자들의 생각을 보다 깊게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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