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보면 곧잘 육중한 콘크리트로 세워진 대전차장애물이라는 것을 만나게 된다. 전쟁 발발 시, 적의 전차나 장갑차의 기동과 방향전환을 저지하기 위해 세워진 대전차장애물은, 특히 서울의 진입도로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해서 서울 북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출퇴근할 때마다 차로가 바뀌거나 감소하는 것을 감내하면서, 조심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간혹, 대전차장애물을 들이받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대부분 반전운동가들이 아닌,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이다). 상황은 북쪽도 마찬가지여서, 남쪽보다 더 많은 대전차장애물들(그러니까 이중 삼중 방어막으로)이 휴전선 인근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북쪽과 남쪽의 대전차장애물의 차이는, 전자의 그것엔 대부분 정치 표어들이 도배되어 있는 반면, 후자의 그것엔 전차보다 몇 배는 더 큰 기업의 광고판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그 말인즉슨, 한쪽은 전시체제를 정치에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오직 그것만으로 정치체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고, 또 다른 한쪽은 전시체제마저도 상품화 자본화 시키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래저래 피곤하고 서글픈 전시체제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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