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참여정부 인사의 3가지 키워드

입력
2007.03.06 23:37
0 0

어쩌면 참여정부에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정부 최고위급 인사(人事)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내각과 청와대를 이끄는 양대 사령탑인 총리와 비서실장이 동시에 바뀌니 인사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내정된 인물들은 역시 그 얼굴이 그 얼굴들이라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어느 정권이든 임기 말이 되면 인사질서가 문란해지고, 상식을 벗어나는 파행적 인사가 노골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권을 내놓기 전에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들 역시 막차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무리한 인사를 남발하게 된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더라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키려는 마지막 절제마저 무너진다.

● 코드 인사보다 나쁜 지역성 인사

최근 줄을 잇는 공직과 공기업 인사를 보면 참여정부의 임기 말 인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인사의 배경을 풀이하는 데는 3가지 키워드가 매우 유효하다. 하나는 익히 알고 있는 코드인사다.

KBS 보도에 따르면 참여정부 장ㆍ차관 중 청와대 비서실과 관련 위원회 경력자가 절반에 가까운 45.7%에 달했다고 하니 회전문 인사, 코드인사라는 지적이 결코 틀리지 않은 셈이다.

다음 키워드는 부산이라는 지역이다. 최근 이 지역 출신이 주요 공기업과 금융기관장 자리를 독식하는 경향이 보인다.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가 사장을 하다 물러난 주택공사에는 다시 부산 출신이 사장으로 내정되고, 한국전력공사 사장 자리도 부산 출신 두 사람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코드 인사는 그래도 나름의 명분이 있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인사들이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지역에 치우치는 인사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지역주의 청산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가치로 내걸고,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지역주의 회귀로 질타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도 거리가 멀다. 설사 당사자들이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마지막 키워드는 관료다. 보다 구체적으로 관료의 낙하산 인사라 해야겠다. 관료 출신이 산하 기관장으로 가는 낙하산 인사는 너무나 오래된 유산이다. 그래도 참여정부 초기에는 이런 관행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3년 전 황영기 우리금융그룹 회장 인사였다.

정부가 주주로 있는 은행인 만큼 당연히 모피아, 즉 재무관료 출신이 갈 자리였지만 개혁 의지가 반영돼 민간 CEO(최고경영자) 출신에게 자리가 돌아갔다. 탈(脫) 관치(官治)금융의 신호라는 호평도 받았다.

그러나 황 회장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정부에 밉보이더니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경영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차기 회장 추천에서 3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 자리에는 다시 관료 출신인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추천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우리은행의 간부는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관(官)과 척지고 살면 곤란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털어놓았다.

● 관의 입김 절대적인 낙하산 인사

관료의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민간 위에 군림하는 관의 변치 않는 영향력의 산물이다. 공기업에서 민간 출신보다 관료를 선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하이닉스반도체 신임 사장에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의 김종갑씨가 내정된 배경에도 그런 의문이 든다. 논란 많은 이천 공장 증설이 정부의 벽에 막혀 무산되면서 관료 출신 사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은 아닐까.

물론 박 전 차관은 능력이나 소신에서 안팎으로부터 신망이 두텁고, 김 전 차관도 깨끗한 처신과 해박한 업무전문성으로 정평이 높다. 그러나 그들이 관료 프리미엄을 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참여정부 임기 말 인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권의 레임덕을 막기위해서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