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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7년만에 다시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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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7년만에 다시 무대에

입력
2007.03.0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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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해도 먹고사는 문제는 진행형

*귀족노조·노동가요 등 삽입… 거리두기 통해 이성적 해석

“민주화가 되면 민생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현재의 상황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하 <난쏘공> )이 그리는 1970년대 후반과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연출가 채윤일(61)씨가 연극 <난쏘공> 을 2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는 명료했다. 1980년 당국의 검열에 의해 공연이 중단된 연극 <난쏘공> 이 다시 햇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서민에게는 이 변한 세상도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연극은 조세희의 원작 소설을 올곧게 재현하는 정공법을 구사한다. 젊은 세대의 취향과 타협하거나 현 상황에 맞게 각색하지 않은 연출가의 고집이 드러난다.

그래서 삶의 터전인 행복동이 철거된 뒤 아파트 입주권을 부동산 업자에게 팔고 서울을 등지는 난장이 가족은 부동산 광풍에 좌절하는 21세기 서민의 자화상이고 작품에서 언급되는 철거나 근로기준법 준수, 비정규직 등의 문제는 개발독재 시절만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된다. 그러니까 연극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라는 성급한 예상을 곧바로 깨버리는 것이다.

원작과 다른 부분이라면 난장이의 아들 영수가 맞서는 은강그룹의 노조를 ‘귀족 노조’ ‘어용 노조’라고 칭하고, <단결투쟁가> 등 30~40대의 귀에 익숙한 노동 가요가 삽입됐으며, 난장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한지섭이란 인물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정도이다.

소설이 70년대 경제 개발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고통을 ‘신체적 불구’인 난장이를 통해 우화적으로 그렸다면, 연극은 80년대 이후의 풍요 속에 가려졌던 상대적 빈곤의 단면을 관객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그 때와 세상이 다르다”는 식의 편리한 핑계로, 신자유주의 시대에 엄존하는 병폐를 외면하려 한 우리의 위선을 꼬집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은 작품을 대하는 연출가 채씨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듯, 강압적이거나 선동적이지 않다.

“80년대에는 30대의 뜨거운 가슴으로 연극을 만들었어요. 그러나 60대가 된 지금은 차가운 이성으로 작품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소설 <난쏘공> 을 미학적으로 완성시키고 싶었어요. 혁명을 통해 가난한 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게 아닙니다.”

채씨는 그런 의도를 살리기 위해 연극 <난쏘공> 에 브레히트의 서사적 사실주의를 차용했다. ‘거리 두기(소외효과)’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80석 소극장에 앉아 배우 20명이 숨 막히고 진중한 연기를 펼치는 세 시간이 버겁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신이 날개를 사용하지 않아 멸종된 도도새를 닮았다는 영수의 자조(自嘲) 섞인 대사를 접하며, 한국 사회의 지향점에 대해 회의하면서도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가슴이 먹먹해 질 것이다. <난쏘공> 은 그런 연극이다. 4월 29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7시 30분, 일 오후 3시. (02)763-1268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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