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신라금관 등 유물 59점… 국립중앙박물관, 대여 협약
미국의 남부 주요 도시 중 하나인 텍사스 주 휴스턴의 휴스턴미술관에 한국실이 생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월 8일 문을 여는 이 공간에 전시할 유물 대여 협약을 6일 체결했다.
국보 2점, 신라시대 금관(국보 87호)과 허리띠 ‘금제요패금구’(국보 88호)를 비롯해 37종 59점을 빌려주기로 했다.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ㆍ가야 토기ㆍ고려 청자ㆍ조선 백자 등 도자기, 통일신라와 고려의 불상ㆍ범종 등 불교미술품, 노리개ㆍ향낭ㆍ비녀 등 여성용 장신구까지 한국 문화의 흐름을 보여주기에 적당한 것들을 골랐다. 국보 2점은 3개월, 나머지는 2년 장기 대여다.
휴스턴미술관은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연간 120만 명이 찾는 명소. 미스 반 데어 로헤, 라파엘 모네오와 같은 거장 건축가들이 설계한 3개 동의 멋진 건물로도 유명하다.
이 미술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각지의 문화재와 예술품 5만 3,000점 이상을 갖고 있으나 한국 유물은 4점 밖에 없어서 일단 국립중앙박물관이 빌려주는 것으로 한국실 전시를 시작한다. 6일 협약식에 참석한 이 미술관의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 크리스틴 스타크맨은 “장기적으로는 휴스턴미술관이 직접 한국 유물을 구입하거나 기증 받아 자체 소장품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스턴미술관 한국실은 미스 반 데어 로헤가 설계한 캐롤라인 뷔스 로 관의 1층에 63평 면적으로 들어선다. 휴스턴미술관은 이 건물 안에 아시아 갤러리를 마련, 올해 12월 한국실을 시작으로 내년 가을과 겨울 중국, 일본, 인도실을 열 예정이다. 한국실은 과거의 유물 뿐 아니라 한국의 동시대 현대미술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할 계획이다.
한국 유물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이 미술관이 한국실을 열게 된 것은 피터 마지오 관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휴스턴에 살고 있는 11만 한국 동포들의 열렬한 성원 덕분이다.
마지오 관장은 한국 미술과 역사를 잘 알고 무척 좋아해 3년 전부터 한국실 설치를 추진했다고 한다. 휴스턴의 한국 동포사회는 한국실 개관 비용 총 300만 달러 중 6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나머지는 휴스턴미술관이 150만 달러,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이 50만 달러를 댔다.
현재 외국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한국실이 설치된 곳은 14개국 38 군데다. 미국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에 23개가 있지만, 동부나 서부가 아닌 남부 지역에 한국실이 생기기는 휴스턴이 처음이다.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휴스턴은 석유가 나서 부유한 도시이자 미국 남부에서 가장 문화적인 도시”라며 “이런 도시에 한국실이 생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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