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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실버인생"…"여생은 즐겁게·이웃엔 봉사" 어르신들 이색모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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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실버인생"…"여생은 즐겁게·이웃엔 봉사" 어르신들 이색모임 눈길

입력
2007.03.0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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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12시30분 서울 강남구청 1층 복도. 민원인들로 북적대는 이곳에 경쾌하고 흥겨운 라틴음악 ‘시보네(Siboney)’가 울려 퍼졌다. “강남실버악단입니다. 공연을 시작합니다.”

첫곡이 끝난 후 배정우(78) 단장의 짤막한 인사와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악단은 1시간 20분 동안 ‘맘보 넘버 파이브(Mambo NO.5)’를 비롯, ‘사랑의 미로’ 등 대중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10곡 넘게 관람객들에게 선물했다.

악단 이름이 말해주듯 단원들은 60세를 훌쩍 넘긴 할아버지들이다. 이들은 재즈선율을 들려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이색 연주회를 열고 있다. 왕년의 연주자들은 얼굴에 깊게 주름이 패이고 두꺼운 돋보기를 썼지만 붉은 색 나비넥타이와 상의로 복장을 통일하고 한치의 틀림도 없이 멋지게 연주를 마쳤다.

여생을 즐겁게 보내는 멋쟁이 실버들의 모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까지 겸하는 일석이조의 모임들이다.

1998년 창단한 강남실버악단은 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이날 연주를 진두지휘한 배 단장은 육군 군악대를 거쳐 KBS 관현악단 1기 출신이고, 나머지 10명의 단원도 방송국 악단 등에서 수십 년간 연주활동을 해온 베테랑들이다. 레퍼토리는 1,000곡이 넘는다. 노인잔치 어버이날 체육행사 등 각종 행사에 130회 넘게 출연해 이웃들에게 봉사하고 있다. 구에서 지원받는 것은 연습실과 구내식당 점심식사 식권뿐이다.

배 단장은 “내일모레가 팔순인데도 건강한 이유는 음악 덕분”이라며 “힘 닿은 데까지 봉사 활동하고 즐기면서 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송파구의 실버합창단도 유명하다. 14년 전 40여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만든 이 합창단은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정기공연과 두 달에 한번 열리는 초청연주회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자랑한다. 20여 곡의 레퍼토리를 외우다 보면 치매예방도 저절로 된다. 마포구 실버합창단도 매주 모임을 갖고 장애인ㆍ노인ㆍ구민의 날 등 각종 행사에서 흥을 돋워주고 있다.

‘송파실버문화봉사단’은 황량한 도심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마추어 실버화가의 모임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50여명은 학교, 경로당 관공서 공사현장 등을 찾아가 벽화를 그려주고 있다. 이밖에도 4년 전 구성된 강서구 방화동 ‘실버인형극단’ 할머니들은 손수 만들고 대본 연습을 통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어느덧 ‘혹부리 영감’ ‘빨간 모자’ 등의 레퍼토리를 100여 차례 넘게 무대에 올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진, 고적답사 등 260여개의 실버 동아리가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노인들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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