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관계정상화 조치로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면제는 복잡한 경제제재라는 특성과 리비아 등 기존의 사례에 비추어 실질적 외교관계 수립 및 국교수립 단계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절차로 해제되나
미측은 북미 관계정상화 워킹그룹 회의 첫날인 6일 두 법적 제재의 해제를 위한 절차문제를 북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제재는 미 행정부 재량사항으로 법적 요건을 만족시켜야 해제가 가능하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경우 6개월 간 테러지원 증거가 없고 향후 테러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제재 모두 정치적 성격이 짙다. 관계 복원이 법적 요건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사례로 볼 때 두 법적 제재의 해제는 국교정상화 과정과 맥이 닿아 있다. 1979년 트리폴리 국제공항 방화사건으로 테러지원국이 된 리비아는 2003년 12월 핵 포기 선언을 한 후 6개월 만에 연락사무소 개설 등 실질 외교관계 복원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4년 9월 대적성국교역법에 따른 자산동결 조치가 해제됐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핵 포기 후 2년 6개월 만인 2006년 5월 대사관 개설 등 국교정상화와 함께 이뤄졌다.
북측도 비슷한 경로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핵 시설 불능화를 이행하면 연락사무소 개설 등 실질적 외교관계가 복원되고, 이어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면제가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핵시설ㆍ핵무기 폐기 및 국교정상화 조치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더 중시
북측 입장에서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면제는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경제재건에 필요한 기반 조성이라는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한국전쟁 직후인 50년 12월부터 적용된 대적성국교역법은 제재가 미국 내 북한 자산동결 정도로 해제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대한항공기 폭발사건 직후인 88년부터 적용돼 온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면 장기저리차관을 받을 수 있고 무기수출 금지 및 이중용도품목 수출통제 대상에서도 빠지게 돼 북한이 중시할 수밖에 없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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