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0조 기업 매각 시장 충격 최소화가 관건"
*"뭘 갖고 관치라 하는지… MOU 융통성 있게 개선가능"
자산규모 250조원의 우리금융그룹을 향후 3년간 이끌 회장 후보로 박병원(55) 전 재정경제부 1차관이 최종 확정됐다.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김인기 공적자금관리위원장)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아침 정부로부터 3명의 후보 모두 인사검증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고 논의한 결과, 위원 만장일치로 박 전 차관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거시경제정책, 금융정책 전문가로 우리금융의 최대 이슈인 민영화와 계열사 경영관리 등 그룹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박 후보는 7일 우리금융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외환위기 당시 12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 초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지만 공적자금 미회수액이 11조5,000억원에 달해 민영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박 후보는 이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소수지분부터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에 집중된 그룹의 사업구조의 다각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도 중점 추진과제로 들었다.
그는 후보 선임 과정 내내 제기된 '낙하산''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관치금융이라 할 만한 사례를 최근 보지 못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지난해 임직원 포상금 지급을 계기로 폭발한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개선약정(MOU) 폐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얼마 전까지 예금보험위원회 위원으로서 MOU에 대해 깊이 관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은행 노조원 20여명은 회견장 앞에서 회추위의 대국민 사과와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당분간 적지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최우선 과제는.
"먼저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주가 수준만 보면 지금 당장도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인 금융산업 발전과 제도적, 국민정서적 제약도 있다. 시가 총액 20조원인 기업을 시장에 충격 없이 어떻게 매각하느냐도 문제다. 예보 및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해결하겠다. 경영권과 상관없는 소수지분부터 매각하겠다.
비은행 부문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은행 부문에 자산 및 순익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다. 당장 투자은행(IB)과 카드 부문 강화는 물론, 보험 등으로의 사업 확장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두고 평가ㆍ포상제도를 시행하겠다."
-지분 매각시한(최장 내년 3월까지)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정부와 국회가 정할 일이다. 상식적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차원에서 시한을 두고 매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직원들은 예보와 체결중인 MOU에 불만이 많다.
"불과 얼마 전까지 MOU에 깊이 관여했다. 공적자금 투입 기관이 정상화하면 MOU도 융통성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경영이 완전 정상화했으므로 경영상 제약이 없도록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이므로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관치금융 논란이 많다.
"뭘 갖고 관치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은행에 어느 사업에 몇천 억원을 빌려주라고 지시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그런 것은 겪어보지 못했다."
-우리은행장 선임에 관여하나.
"은행 주식 100%를 가진 대주주(우리금융) 입장에서 당연히 의견을 표명하겠다. 다만 현재 3명의 추천 후보들은 모두 유능하고 역량있는 분들이다. 최종적으로 누굴 정할 지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겠다."
-아직 회장이 안됐는데 선임 관여가 가능한가.
"법적 권한은 없다. 다만 의견은 표명할 수 있다."
-(회장 취임이) 공직자 윤리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판단할 일이다."
-회장과 행장 간 갈등 문제에 대한 입장은.
"각자 자기 소임에 충실하면 갈등이 최소화할 것이라고 본다. 서로의 영역에 간섭 않는 게 중요하다. 꼭 회장이 행장 선임권을 갖고 있어야 갈등의 소지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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