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난달 서해 앞바다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추락사고 원인이 엔진 정비불량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해당 엔진블레이드 지지대의 결함을 미국 측이 오래 전에 발견하고 교체를 권했는데도 정비 실무자의 무신경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동종 기체의 추락사고가 네 차례 있었지만 그 원인이 모두 엔진 결함이어서 교체나 보상이 가능했다. 이번엔 보상 받을 길조차 없다니 할 말을 잊게 된다. 지난 20여년 간 정비 불량으로 인한 전투기 추락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더 기막힌 것은 해당 기체의 정비책임자가 보고서류를 허위 기재하면서까지 부품 결함을 외면해온 사실이다. 국민의 귀중한 재산과 전투조종사의 목숨을 그야말로 하찮게 생각해 왔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 동안 우리는 적어도 공군력에 관한 한 북한군에 대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믿음직하게 여겨왔던 터라 이번의 명백한 인재(人災) 가 주는 충격은 크다.
그렇지 않아도 공군은 앞서도 이해 못할 사고를 냈다. 엄청난 혈세를 들여 구입한 최신예 전투기 F-15K가 활주로에서 기지 내 정비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맨홀에 빠져 날개가 파손된 일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군 기강 문란현상을 개별적 돌출 사안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눈가림으로 당장의 지적만 피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이 여전히 군 문화에 온존하는 것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일이다.
우리가 명실 공히 정예 과학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이 같은 군 문화에서 탈피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관리ㆍ운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나마 기존 군의 생리로 볼 때 공군이 사고원인에 대해 자체 정비의 문제임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강도 높은 특별 직무감찰을 통해 일벌백계 원칙으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기강 해이로 인한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군 뿐 아닌, 군 전체의 근본적 의식 전환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