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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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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입력
2007.03.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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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연구소, 한국소설 30년 대표작 모아

한국 소설 30년을 3권으로 압축한 <소설> 이 나왔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내 소장파 비평가들의 모임인 민족문학연구소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된 소설을 전면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소설이란 전례 없던 양식의 탄생을 알리며 1917년 이광수의 <무정> 이 발표된 이래, 좌우로 무수한 곁가지를 쳐가며 발전해 오던 소설이 평론가들의 논의로 정리됐다.(생각의 나무)

책은 1980년대를 진보를 향한 집단적 열정의 시대로, 90년대를 개인성ㆍ일상성이 대두한 시대로, 2000년대를 가속화한 자본주의의 한중간에 놓인 전망 없는 이웃들이 쏘아 올린 상상력의 시대로 각각 규정한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문제 의식이 옮겨 오면서, 역사의 추녀 끝에 선 작가들의 붓끝은 어떻게 작동해 왔나…

80년 광주에서 촉발된 문제 의식은 이후 사회주의 이념과 민중 연대의 결합을 통해 하나의 운동성을 갖게 됐고, 사회적 저항ㆍ정치적 선동ㆍ민중 참여 연대의 단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복무하고자 했다.

80년대 편은 임철우의 <직선과 독가스> , 방현석의 <존재의 형식> 김인숙의 <함께 걷는 길> 등 모두 7작품을 대표작으로 선정했다. 책은 “이들의 작품은 1987년 이후 ‘민주화 20주기’를 맞았지만, 미시적 억압이 여전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성찰하게 한다”며 동시대적 독법을 요청했다.

90년대, 영화 <전태일> 과 <쇼걸> 이 ‘혼자 보기 좋은 영화’라는 점에서 동일시되는 때다. ‘개인성, 일상적 욕망’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여성성의 눈으로 포착되기 시작한 새로운 문제 의식이 여성 작가들의 눈으로 포착된다. 신경숙의 <배드민턴 치는 여자> , 전경린의 <마지막 바닷가 집> , 은희경의 <그녀의 세번째 남자> 를 비롯한 9작품이 선정됐다.

고은 시인이 우려한 대로 “내면에 대한 추구는 문학적 지옥”이 될 지, “전망 없는 청춘들이 쏘아 올려, 새로운 현실을 담아 내는 상상력의 폭죽”이 될 지를 두고 기로에 서 있는 2000년대의 소설은 진행형이다. 여기에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격랑까지 겹쳐, 이 시대 작가들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현실에 대응한다.

박민규, 천운영 등 13명의 신예들이 각각 1편씩의 대표작으로 이 시대 소설의 흐름을 대신한다. 그들의 작품에서 확인되는 바, 현실과 세계를 대체한 인공적 조합과 탈서사적 움직임의 징후는 정체된 소설의 운명을 혁파할 새로운 문학의 좌표이기도 하다.

이번 작업에 참가한 평론가ㆍ작가는 지난 1월 ‘시대 정신과 문학’을 주제로 좌담을 가지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하상일 씨는 2000년대의 소설을 “고독한 일상의 우울한 욕망들”로 규정하고 “고립되고 개별화한 개인들의 우울한 실상을 우리 소설 속의 현실이 담아내고 있는가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하 씨는 “현실에 대한 지독한 환멸 등 작품 속에 두드러지는 탈현실적 욕망은 오히려 현실을 가장 냉정하게 들여다 보는 역설적 장치”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최근 출판 추이에 대한 통계를 발표,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경우, 도서 발행 종수 전체의 성장 지수는 96에서 130으로 소폭 증가한 반면 소설은 92에서 200으로 급증했다”며 판매량 추이를 근거로 한 이 시대 소설의 위기 담론을 일축했다. 민족문학연구소는 “출판권 때문에 이미 발간된 작품집의 표제작은 수록되지 못 했으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기꺼이 양해해 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1980년대 집단적 열정과 저항

1990년대 여성의 눈으로 본 개인

2000년대 탈현실의 우울한 욕망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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