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과제 소개 '과학 대중강연' 매주 열려중고생·일반인·교수 등 참석자도 각양각색
2일 오후8시 서울역 역사 4층 대회의실. 초등학생 손을 잡고 온 어머니와 친구들끼리 수업을 마치고 온 중고생, 교수님과 함께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원생, 업무를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온 직장인 등이 속속 몰려든다.
통상 전국 곳곳의 회의 멤버들이 편의상 집결하는 서울역 대회의실은 이날 저녁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구성원들로 가득 찼다. 이날은 지난달 28일 막을 연 ‘금요일에 과학터치’라는 과학 대중강연 프로그램의 두번 째 행사가 진행된 날이었다. 발표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서대식 교수가 맡았다. 서 교수는 ‘휴대용 두루마리 디스플레이 응용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2시간동안 디스플레이 개발현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펼쳤다.
‘금요일에 과학터치’는 매주 금요일 오후8시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국가지정연구실(NRL) 사업을 맡고 있는 연구책임자들이 자신의 연구주제를 강연하는 자리다. 정부 부처인 과학기술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연구책임자들이 이 같은 대중화 사업을 직접 조직하고 운영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지만 더 놀라운 것은 참여열기다.
서울역에서 가장 큰 대회의실의 100석 좌석이 차고 넘쳐 늦게 온 사람들은 강연 내내 서서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또 “LCD TV를 값싸게 사려면 언제가 좋으냐”는 생뚱맞은 질문부터 “3차원(3D) 입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난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까지 호기심과 궁금증은 범위가 매우 넓었다.
강연을 들으러 오는 이들의 처지와 목적도 다양하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중3 딸과 함께 온 한 주부는 “아이에게 미래를 보여주려면 책이나 영상 같은 간접적인 체험보다 과학자로부터 직접 강연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과학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참여했다”는 대일외고 3년의 두 학생은 “강연 내용이 과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보다 기술동향에 치우쳐 다소 어려웠다”고 평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문적 연구동향에 관심을 두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남서울대 지리정보과의 한 교수는 “지리정보의 정확성은 영상기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강의를 관심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기술적 흐름이나 특허 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찾았다”는 기업 연구소 직원도 있었다. 과학은 어려워 하지만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대회의를 찾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주로 연구동향을 소개하는 강연인 만큼 천차만별의 배경과 목적을 지닌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는 답하기 쉽지 않다. 대중강연에서 기업의 특허 동향 수집까지 소화해야 한다면 우리나라의 연구 인프라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정부가 직접 대중화사업을 벌이는 것도 좋지만, 대중의 욕구를 분석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연구토록 함으로써 제도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사는 9일 ‘호수 위의 녹색경고-유해녹조 백신개발’, 16일 ‘물리학과 단백질의 만남’, 23일 ‘미래에너지 대안-석탄가스화 복합발전’, 30일 ‘우리나라에 지진이 온다면?’ 등이 이어진다. 한 해 강연 일정은 과기부 홈페이지(www.mo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사진=박서강 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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