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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발레리나 실비 길렘 "6시 포즈, 처음엔 혹평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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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발레리나 실비 길렘 "6시 포즈, 처음엔 혹평 받았어요"

입력
2007.03.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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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과 발레의 결합 새로운 추구"

세계 최고 발레리나 실비 길렘(42)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6~8일 LG아트센터에서 현대무용가 아크람 칸과 함께 <신성한 괴물들> 을 공연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길렘은 19세에 파리 오페라 발레단 350년 역사상 최연소 ‘에투알(최고 등급 무용수)’의 자리에 오른 이래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172㎝의 큰 키와 긴 팔다리, 기형적일 만큼 유연한 몸놀림과 환상적인 발등 라인 등 가장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가진 발레리나로 꼽힌다. 한 쪽 발을 귀 옆으로 들어올려 몸을 일자로 만드는 ‘6시 포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5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길렘은 ‘6시 포즈’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발레리나가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속옷을 보여주는 것이 숙녀답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비난했다는 것.

하지만 길렘을 혹평했던 한 기자가 전설적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에게 ‘6시 포즈’가 민망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폰테인의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하고싶은걸요.”

길렘은 자신의 신체 조건에 대해 “가슴이 좀 더 컸으면 하는 것 외에는 불만이 없으니 행운”이라며 웃은 뒤 “좋은 재료에서 반드시 훌륭한 요리가 나오지 않듯 발레리나에게는 신체적 조건과 테크닉 위에 무대에서의 존재감과 관객에게 다가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후배 발레리나들에게 “발레리나에게는 ‘나는 여기까지 밖에 못한다’와 같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한계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충고했다.

길렘의 무용 인생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의 시간이었다. 11세에 체조복에서 튀튀로 갈아입었고, 에투알 승격 5년 만에 최고의 대우가 보장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뛰쳐나와 영국 런던 로열 발레단의 객원 수석 무용수로 이적했다. 보다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모리스 베자르, 윌리엄 포사이드, 마츠 에크 등 거장 안무가들과 작업하며 마음껏 예술 세계를 펼쳐온 그는 2004년부터 현대무용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열 발레단도 그만뒀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떠난 이후 나는 줄곧 프리랜서였어요. 현대무용은 나의 선택입니다. 발레단에서는 스스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발레단은 발전 가능성과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있어요.”

워낙 작품 거절을 잘해 ‘마드모아젤 농(Mademoiselle Non)’이라는 별명을 가진 길렘은 <신성한 괴물들> 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아크람 칸의 재능에 이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계 영국인인 칸은 인도 전통춤인 카탁과 현대무용을 결합시킨 안무로 주목받고 있는 무용가.

칸은 “길렘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안에 있는 위대한 전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길렘은 무대 위에서 작은 몸짓을 위해 투쟁하는 전사입니다. 그래서 그의 춤이 늘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겠죠.”

발레리나에게 40세는 환갑에 해당하는 나이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은 아예 40세를 정년으로 정해놓았다. 하지만 길렘은 “나이가 들면 더 현명해진다”면서 “큰 부상만 없다면 앞으로도 얼마든 훌륭한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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