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노동계와 정부 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통계를 입맛대로 가공하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익집단이 소속원들의 주장을 대변하며 우호세력 확대를 꾀하는 것은 탓할 수 없으나, 조작에 가까운 숫자놀음까지 일삼는 지경에 이른 것은 개탄할 일이다. 특히 재계의 대표단체가 엄밀성과 객관성을 잃은 자료를 앞세워 불신과 갈등을 자초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얼마 전 "한국의 평균 대졸초임은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배나 많은 일본의 95%에 달하고,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10% 이상 많다"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에도 자료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최근 노도 아닌 사측이 이를 부인해 경총에 망신살이 뻗쳤다고 한다.
현대차측은 엊그제 "경총이 현대차 임금을 계산할 때는 성과급을 포함시키고 도요타 임금에선 이를 제외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은 노사 협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월 말 일본과 중국 기업 사이에 끼여 고전하는 한국기업의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를 내놓았다가 황급히 회수하는 소동을 빚었다.
인용된 통계의 기준이 일본과 중국은 2004년인 반면 한국은 2001년인 것이 드러나 보고서의 신뢰성이 송두리째 깨진 까닭이다. 지난해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에 14조원대의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노래를 불렀으나, 법개정 과정에서 현행 출총제를 유지하더라도 대기업의 추가 출자여력이 20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져 빈축을 샀다.
재계는 이런 일들이 작은 실수이거나 자료의 취지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기업 경영도 그토록 허술하게 하는지 되묻고 싶다.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 편승해 '친기업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을 때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것이 세상의 이치다. 재계가 숙원사업으로 여겨온 출총제 개선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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