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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학급담임선택제, 그 효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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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학급담임선택제, 그 효과를 기대한다

입력
2007.03.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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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 를 통해 변화할 줄 모르는 미국 학교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직의 변화 속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하면, 기업체들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정부 관료조직조차 25마일의 속도를 내는데 학교는 고작 10마일의 느린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타이어는 펑크가 나서 흔들거리고, 라디에이터가 연기를 뿜어내는 고물 자동차가 바로 학교라 했다. 미국은 이 부서진 고물 자동차를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4,0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 타율형 평준화 제도에 숨통 터

신학기를 맞아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학급을 편성하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1학년 담임 명단과 함께 사진과 담당과목, 학급운영방침 등에 관한 정보를 제시하여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선호에 따라 해당 선생님의 반을 선택하는 소위 '학급담임선택제'라는 것을 시도해 우리 사회에 찬ㆍ반 논란이 일고 있다.

주로 교육수요자의 입장에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교육현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언론의 시각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반해, 교육공급자의 입장에 있는 상당수의 교사들과 교직단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입장에 따라 일리가 있어 보인다. 교사를 상품 고르듯 하는 학급담임선택제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그렇지만, 학교교육을 통해 사회적응 훈련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선택하다보면 장차 이들 세대가 이끌어갈 우리네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도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급담임선택제는 숨이 막혀 사경을 헤매던 우리네 교육현장에 바늘구멍만한 숨통이라도 터놓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네 교육정책은 오랫동안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해 왔다. 연간 180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음은 물론, 공ㆍ사립을 막론하고 학교들의 학생 선택권도 제한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등록금은 물론 교과서도 무상 지원받는 선진국 학교들과는 달리 우리네 고등학교는 등록금을 개인이 부담한다. 물론 교과서도 개인이 구입해야 하고 학교급식도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평준화 제도 하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욕구는 반영되기가 어렵다. 국가 부담의 공립학교가 싫으면 자비 부담의 사립학교로 옮겨가면 되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공립이건 사립이건 등록금을 본인이 부담하면서도 학교에서의 선택권이 별로 없는 타율형 평준화 제도인 셈이다.

● 신중하되 교육현장에 도움 되길

오죽하면 이번 학기부터는 국가가 나서서 '개방형 자율학교'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겠는가.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외화가 해외 조기유학 비용으로 새나가고, 조류사전에도 없는 '기러기 아빠' 와 '펭귄 아빠'를 만들어낸 것도 개인의 선택권이 묵살된 타율형 평준화 제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학교현장에서 학생이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제도적 실험은 매우 신중하게 시도돼야 한다. 그럼에도 금번의 학급담임선택제가 학습자들의 선택권에 관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향후 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보게 된다.

오성삼ㆍ건국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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