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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원룸 열풍 주춤…자취생들 U턴 행렬/대학가 하숙집 '웃음꽃'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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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원룸 열풍 주춤…자취생들 U턴 행렬/대학가 하숙집 '웃음꽃' 찾다

입력
2007.03.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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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끼 식사걱정 "NO"

*공과금 부담도 "NO"

*여학생 안전은 "OK"

*시설 업그레이드·리모델링 모닝콜에 생일상까지 '인기'

서울대 신입생 딸의 하숙집을 구하러 지난달 말 전북 전주에서 올라 온 최모(50)씨는 며칠간 진땀을 흘렸다. 하숙촌과 고시촌이 밀집한 서울대 인근 신림동 일대를 이 잡듯 뒤졌지만 마땅한 하숙집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급한 대로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경기 구리시의 친척집으로 딸을 보냈다. 천만다행으로 5일 하숙집 주인에게서 "예약 학생이 오지 않아 방이 비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리 예약해야 겨우 방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최씨는 "이제야 한시름 놓고 전주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하숙집의 재발견

대학가 하숙촌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불어친 원룸 열풍에 멸종 위기까지 우려됐지만 최근에는 '하숙방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서울대 '녹두거리'하숙촌에서는 하숙집을 찾는 사람들이 지난해 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신림9동 H공인중개소 이모(43)씨는 "원룸 생활에 지친 학생들은 물론 강남과 구로디지털단지 직장인들까지 몰리고 있다"며 "하숙집은 줄고 하숙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몇 년 만에 하숙집이 상한가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숙집의 부활은 원룸에 비해 방값이 싼데다 식사와 세탁은 물론 공과금 납부 등 자질구레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반면 최신 시설에 하숙집 주인과 동료 하숙생들 눈치 볼 필요 없이 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원룸의 장점은 빛이 바래는 상황이다.

김두나(23ㆍ이화여대 과학교육과 4년)씨는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직접 장을 봐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2004년부터 2년 동안 원룸에서 자취 생활을 했다"며 "그런데 사 먹거나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더 많았고, 전세 4,000만원에 공과금 등에만 매달 30만원씩 나가 경제적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보증금 없이 매달 47만원 내는 학교 근처 하숙집으로 옮겼다.

직장인 이모(27ㆍ여)씨는 하숙집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안전'을 꼽았다. 그는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아 불안했는데 하숙집으로 옮겨 걱정이 없어졌다"고 했다.

● 하숙집은 차별화 고심

하숙집들은 고급 원룸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대 부근에서 23년째 하숙집을 운영해 온 이모(55)씨는 지난해 방마다 번호키를 달고 책상과 침대, 책장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등 하숙집을 리모델링했다.

신림동 일대에서 14년 째 하숙집을 운영 중인 하모(53)씨는 '올빼미 생활'을 즐기는 학생들을 위해 24시간 아무때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보온 시설을 갖췄다. 하씨는 "생일을 맞는 하숙생을 위해 미역국을 꼭 챙겨주는 등 자취생활에서 맛볼 수 없는 사람의 정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장인들이 있는 일부 하숙집은 '모닝 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일부 하숙집들은 서비스 향상을 위해 계약조건도 바꿨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하숙생들에게 '최소 1년 이상 거주'를 조건으로 내걸고 50만원 안팎의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원룸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림동 일대에는 별도 식사비를 받지 않고 아침식사를 챙겨주거나 인근 고시식당과 연계해 식사를 제공하는 원룸이 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정우기자 jung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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