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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일본은 국제금융계의 ‘현금인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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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일본은 국제금융계의 ‘현금인출기’

입력
2007.03.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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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금리 격차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 극성

*유동성 급격 청산 위험… 외환 위기 올 수도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는 등 세계 증시가 행여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까 공포에 짓눌리고 있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은 여전히 엔 캐리 매력에 빠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리 트레이드가 빚어낸 기현상을 전하고, 그만큼 청산의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유럽에선 신종 금융상품들이 인기다. 헝가리 은행들은 주택대출 상당수를 스위스 프랑으로 한다. 라트비아와 루마니아에선 엔화 대출이 급증, 중앙은행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물론 인기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스위스, 일본의 금리가 있다. 두 나라에서 저금리로 빌려 마련된 금융상품에는 연간 5% 가량 할인된 금리가 적용된다.

뉴질랜드는 금리가 7.25%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때문에 최고 이자율이 보장되는 뉴질랜드 채권에는 ‘묻지마 투자’가 벌어진다. 정부인사가 일본을 방문해 경제전망이 나쁘니 채권발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유럽과 일본에서 발행된 이 나라의 달러표시 채권 유로키위(Eurokiwi)와 우리다시(Uridashi)는 지난 2년간 4배 증가한 380억 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 280억 달러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 덕분에 뉴질랜드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누리고 있다.

반대로 일본에선 엔화 자산 매도가 이어지고, 수출업자들은 21년래 최저 수준인 엔화약세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과열론과 금융시스템 왜곡 우려로 발목이 잡혀 있다.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던 1998년 중반 러시아발 외환위기가 닥치자 엔화는 수주 만에 25% 급등하고, 미국 헤지펀드인 LTCM은 파산했다.

10년 뒤 위기의 재연에 대한 의견은 크게 갈려 있다. BNP파리바의 수석 외환 전략가 한스 레데커는 “세계가 저금리 자금을 현금인출기처럼 사용하면서 확대된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유입됐다”며 “그 결말은 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신흥시장 자산ㆍ주식시장이 전환점을 맞고,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청산 요인으론 일본 인플레이션 미국 금리하락, 엔화와 스위스 프랑의 급등은 물론, 뉴질랜드 달러, 라트비아 대출 움직임 등 수없이 많다. UBS는 “미 연준리가 인플레 대처를 느슨하게 해도 98년 사태가 일어난다”고 했고 바클래이즈 캐피탈은 “시장불안 징조만 있어도 청산 수순이 진행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변동성 증가로 인해 매력은 줄겠지만 캐리 트레이드는 계속될 것이란 낙관론도 많다. 일본 금리가 상승해도 뉴질랜드를 비롯한 타국과의 금리 차이가 워낙 커 쉽게 청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엔화 급등락에 대한 일본당국의 견제와 각국 정책 입안자들의 외환시장 개입의지 등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FT는 적어도 금융기관들이 청산에 대비한 헤지전략을 구축해 놓은 것도 10년 전의 대혼란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금리가 낮은 국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의 채권, 주식 등에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차입한 돈이 엔화이면 '엔 캐리 트레이드', 달러이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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