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영자 할머니 '천금'보다 값진 1,000만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영자 할머니 '천금'보다 값진 1,000만원

입력
2007.03.05 02:02
0 0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좋습니다. 허허…”

박영자 할머니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87세의 나이에 홀로 외롭게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훈훈하다. 평생 모은 전재산 1,000만원을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뒤부터,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에 뿌듯해하고 있다.

할머니는 서울 양천구 신청3동 혼자 누우면 꽉 차는 9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수입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원받는 월 33만원에 노인수당 월 5만원을 합친 38만원이 전부다.

아끼고 또 아꼈다. 끼니는 인근 복지관에서 해결하고 전기ㆍ가스도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1,000만원을 모았다. “언제부터 모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조금조금씩 무조건 모았어요.”

할머니는 모금회측이 이 돈으로 더 좋은 전셋집으로 이사 가라고 권했지만 극구 사양했다. “지금 사는 집에 정이 많이 들었고 주인집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야지요.” 모금회는 결국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26일 기부를 받아들였다.

박 할머니는 같은 동네에 사는 김춘희 할머니가 1,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기부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이제 그 웃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경북 문경 출생, 아버지가 경찰이던 집안에 당시로는 흔치않게 상주공립보통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등 잠시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6ㆍ25 이후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20세 때 결혼한 남편이 갑자기 병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고단한 삶이 시작됐다. 오빠와 여동생이 있었지만 모두 일찍 세상을 등졌다. 혈육은 조카딸이 유일하지만 그마저 인천에서 딸 둘을 혼자 키우며 살고 있다는 소식만 알 뿐 연락이 끊겼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