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연세대가 지난달 22일, 23일 각각 모의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올해 대입 논술고사가 통합교과형으로 치러지고 자연계 논술이 도입된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은 두 대학의 모의 시험 경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는 계열 내 통합, 과정 중심적 평가라는 큰 틀을 유지했지만 연세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예시 문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 대상이다.
◆서울대
*인문계열
논리 추론적이고 사고과정의 전개를 중시하는 문항을 출제했다. 각 문항들은 1~3개의 소 논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논제가 이해력과 독해력을 중시하는 문제라면 두 번째, 세 번째 논제는 주어진 제시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특정 제시문의 주장이나 관점을 논리적으로 비판 반박하거나, 앞선 논제에서 해결한 내용을 현실 상황에 적용하여 사고하는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중시하는 형태로 시험을 실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직접적인 수리논술은 없으나 수리논리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논제를 출제했다. 인문계열 논술에서 수리논술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가형의 문항 2, 나형의 문항3은 수리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한다. 1차 예시 문항에 출제된 문자열의 연산과 관련된 문항은 수학교과의 지식을 필요로 한 경향이 있었고, 2차에 출제된 문항은 선택 상황에 있어서의 판단 근거로 사회 경제적인 판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리 논리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했으나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항간에 수리논술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모의논술 문제에서는 조건부 확률에 대한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제시문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게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수리 논리적인 사고력을 요구했다.
*자연계열
수학과 과학의 교과 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자연계열 1형의 문항 1은 내용은 생물 교과의 ‘DNA의 염기 서열’과 관련된 것이지만 문제 풀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핵심은 수리 영역의 ‘행렬의 정의 및 성질’에 대한 이해다.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후에 이를 행렬의 기본 개념과 성절에 적용하여 수리적으로 증명하는 문제로서 교과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보다는 기본적인 과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2차 예시 때는 기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주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의문점들을 해결하는 문제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번에 실시한 서울대 모의고사의 경우, 과학 원리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교과적인 성격이 강해져 체감하는 난이도는 다소 쉬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인문계열
논제가 구체적이고 세분화됐지만 각 논제 간의 유기적인 연관 관계는 약화되었다. 최근 대학 논술의 출제 경향에 따라 논제를 쪼개어 소논제로 구성하는 방식을 취했고, 각각의 소 논제는 학생들이 써야 할 내용을 명확하게 지정해 줬으므로 논제 파악에 어려움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소논제는 서로 유기적인 연관 관계를 갖고 단계적으로 질문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그 유기적인 연관성은 다소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앞선 논제를 풀지 못하면 다음 논제를 풀 수 없는 정도의 유기적인 연관성은 부족하였다.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과 이해력을 중시하는 논제가 출제됐다. 인문계열 문항을 분석해 보면, 각 소논제(문제)는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를 중시하는 논술 문제는 서울대의 모의논술에서도 강조한 것이고 다른 대학에서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먼저 독해력을 향상하는 데 논술 학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연계열
수리와 과학논술로 구성됐고, 수리와 과학논술 간의 교과 통합 정도는 미미했다. 자연계열 문제는 수리 관련 문제 2개(논제 3개)와 과학 관련 문제 1개(논제 4개)로 구성됐다. 수학과 과학의 통합 정도는 깊지 않으며 개별 문제는 수험생들의 각 교과목의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당성을 판단하거나 자연 현상들에 적용하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묻는 문제들이 주를 이루었다.
수리논술에 비해 과학논술의 난이도는 평이했다. 수리논술의 난도가 높았다면 과학논술의 난이도는 비교적 평이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이나 교과 지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묻고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는 있는가를 평가하는 문항이다.
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교과에서의 접근을 요구한 점은 연세대가 목표로 하는 다면사고형 논술에 부합하지만 개별 논제를 살펴보면 서울대 모의논술 문제에 비해 통합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도움말 유웨이에듀 통합논술팀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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