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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 행복사회-이제는 가족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모성보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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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 행복사회-이제는 가족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모성보호제도

입력
2007.03.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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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에서 보잉 747기종 승무원으로 일하던 안효경(40) 사무장은 최근 둘째 아이를 출산하느라 회사를 1년6개월 가량 쉬었다.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그는 휴직으로 인한 공백기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휴직 중에도 직장 동료들과 메일을 주고 받았고, 집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해 비행 승무원으로 재직할 때와 같이 비행스케줄과 업무 연락사항 등 회사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는 복직 후 첫 비행에서도 이전에 근무하던 보잉 747기종에 탑승, 예전 감각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안 사무장은 “복직 후 비행기를 탔는데 출산 소식을 접한 고위 임원으로부터 아기에게 줄 색연필을 선물 받기도 했다”며 “직원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바로 아시아나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출산휴가를 내고 첫째 아기를 낳은 홍보실 김수정(32) 과장도 병원 입원 중에 회사로부터 꽃다발 선물을 받았다. 이 속에는 출산 축하 메시지가 담긴 카드와 태교CD 등도 담겨있었다.

김 과장은 “거동이 불편해 산후조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사보와 육아 및 복직정보가 담긴 소식지를 받아볼 수 있어 휴직 중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여직원이 마음껏 출산휴가를 이용하고, 휴직 중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회사의 모성보호제도 때문이다. 여직원이 육아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다양한 휴직제도를 시행하고, 회사도 이에 대한 보장을 철저히 해주자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실제로 이 회사는 출산 전후 휴가기간을 법정기간인 90일 이외에 30일을 추가로 부여하고 있다. 법정소득보전 기간(60일)에는 상여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출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임신 후 유산 혹은 사산했을 경우에도 기간에 따라 다양한 휴직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신 6개월 미만인 직원에게는 30일 유급휴직 기간을 보장한다. 6개월 이상 임신해있다가 유산하거나 사산할 경우 출산과 동일하게 간주, 휴가 기간과 급여보전을 해주고 있다. 특히 비행 승무원은 태아의 안전을 위해 임신을 알게 된 시점부터 휴직신청이 가능하며, 계속 직장을 다니기를 원할 때에는 노동 강도가 낮은 사무실 근무로 전환해주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 조원용 이사는 “출산 후에도 육아문제로 고민한다면 오히려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어 회사로서는 손해”라며 “이를 위해 보육비 지원, 재택근무자 선발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오랜 기간 휴직 후 복직할 경우에도 승진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 최근 1년간 출산한 여직원의 73.4%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는 국내 기업 전체 평균(22.9%)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일반 회사와는 달리 현장근로자, 공항근로자, 승무원 등 여직원들이 다양한 곳에서 일해야 하는 특성상 본사 내에만 보육시설을 운영할 경우 수혜대상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 월 10만원의 보육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직접 아이를 돌봐야 하는 직원에게는 예약업무 등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해주고, 출산 육아 등으로 부득이하게 퇴사한 여직원에게도 계약직 직원 고용 시 우선 채용권을 주고 있다. 1988년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이행되고 있는 모성보호 정책의 결과로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4월 노동부가 선정한 ‘남녀고용평등 모성보호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남녀 평등 기준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다. 남녀 차별을 규정짓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호봉이나 직급 체계에서도 차별이 거의 없다. 다양한 여성보호 프로그램 덕분에 퇴사율도 적다. 지난해 회사를 떠난 여직원은 100명중 2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여직원에 대한 배려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여직원(3,238명)이 남자 직원(3,220명)을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계속 여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여직원이 사상 최초로 4,000명을 넘었다. 남자직원(3,450명)과의 비율도 53.8%로 간격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

남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직장문화가 정착되면서 기혼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5년 말 기준 기혼여성은 1,670명으로 전체 여직원의 44%를 차지한다.

여성 관리자 비율도 늘고 있다. 2005년 기준 대리급 이상 여성관리자의 비율은 34.1%나 된다. 아직은 회사의 역사가 길지 않아 부장급 이상 고위관리자 비율이 낮지만 머지 않아 여성 고위관리자 비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211명이 과장으로 승진했는데 이중 140명이 여성이었다. 이중 절반 이상은 한차례 이상 육아휴직을 경험한 직원이었다.

신임 과장교육에 참석한 한 여직원은 “지난해 말까지 출산휴가를 가졌기 때문에 솔직히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기우였다”며 “이번에 승진한 여성 과장 모두가 업무 외적인 부분, 특히 출산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뒤쳐진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보호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고 해서 여직원에게 무조건 쉬운 일만 맡기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현재 여성 조종사가 5명이나 있고, 여성정비사도 17명이 근무중이다. 전체 190개 팀 중 36개를 제외한 전 지점 혹은 팀에 여성 인력이 고루 배치돼 남성과 대등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나마 30개 지점은 직원이 1~4명 가량에 불과한 소규모 해외지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여성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이유는 이렇다. 기업의 사회적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용창출이며, 이 중 여성채용은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유지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 여성이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을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박찬법 부회장은 “여성 인력 없이 국가경제 2만 달러 달성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에 걸림이 되는 육아문제는 대기업이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 아시아나항공 한현미이사의 회사 자랑

한현미(47) 환경고객부문 이사는 사내 여직원들 사이에서 ‘왕언니’로 통한다. 1983년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항공사 의료센터에서 근무한 한 이사는 90년 아시아나항공과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직원들의 건강을 챙겨왔다. 특히 항공승무원은 건강상 이상 여부가 발견되면 탑승 근무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건강검진은 늘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한 이사는 늘 자상하게 이들을 맞아주며 심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사내에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됐다. 여성배려 정책이 뛰어난 아시아나항공에서 지금껏 여성 임원이 없었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이 회사의 역사가 20년이 안됐다는 사실을 따져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한 이사는 “지금부터”라고 말한다. 그는 “능력 있는 여직원이 많기 때문에 머지 않아 제2, 제3의 여성임원이 탄생할 것”이라며 “나는 단지 그들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입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를 둔 한 이사 역시 출산과 육아 문제로 고민이 있었지만 회사의 모성보호 프로그램이 있어 임원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출산, 육아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서 회사 업무에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적극성은 2002년 항공업계를 위기로 몰고 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파동 때에 빛을 발했다. 당시 국내에는 기내방역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았으나 한 이사는 국제항공운송협회, 국제보건기구 등과 접촉해 자체 방역매뉴얼을 제작하는 발 빠른 대응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공로로 한 이사는 2003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한 이사는 아시아나 여직원의 특성을 ‘내유외강’으로 정의한다. 개인 면면을 보면 부드럽고 섬세하지만, 정작 업무와 맞닥뜨리면 남자 못 지 않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한 이사는 “회사 차원에서 여직원의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회사에 나오면 일에 전념할 수 있다”라며 “사내 분위기도 강압적이기보다는 서로 다독여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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