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 논의 이후 냉각기를 이어오던 정부와 민주노총 사이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만나 단절됐던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하는 등 노동계 현안을 논의했다.
노동부 장관과 민주노총 위원장의 공식 대화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민주노총은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 과정에서 “복수노조제 즉시 도입 등을 요구한 민주노총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노사정 대화를 전면 거부했다.
1월 민주노총 선거에서 당선한 뒤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동부 장관을 만난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로드맵에 대한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일부 오해가 있었다. 대화를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화 분위기를 만들었다.
양 측은 회동에서 정책 입안 초기 단계부터 진지하게 대화하고 논의키로 뜻을 모으고 노동부 차관과 민주노총 사무총장 간 상시적 대화창구를 운영키로 합의했다.
한국고속철도(KTX) 여승무원 문제 등 장기분규 사업장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의 틀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보호법 논의에 참여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1999년 2월에 탈퇴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달라는 이 장관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정 간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정위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다른 부처 장관들과도 잇달아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노동계에서는 꼬였던 노정 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2일 건설교통부 장관과 화물연대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조만간 기획예산처, 법무부 장관과도 만나 외국인 노동자 지위 등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달 초로 예정됐던 국무총리와의 면담은 한명숙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음으로 미뤄졌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정부를 기업 편으로 간주하고 불신의 대상으로만 보아 오던 과거에 비하면 민주노총의 최근 행보는 매우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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