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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는 내가 낯설다' 내 안의 나와 친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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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는 내가 낯설다' 내 안의 나와 친해지라

입력
2007.03.0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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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윌슨 지음ㆍ진성록 옮김 / 부글 발행ㆍ352쪽ㆍ1만3,800원

#1 초등학생들이 시험을 치게 한 뒤 교사들에게 누구누구는 학문적으로 꽃을 피울 아이들이라고 알려줬다. 사실은 무작위로 학생들을 골라준 것이지만 1년이 지난 뒤 IQ 테스트를 해보니까 교사가 학문적으로 꽃을 피울 아이들이라고 기억한 아이들의 IQ가 월등히 높게 나왔다.

#2 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가 최근 해고한 직원 2명이 지방 대학 출신이고 승진시킨 3명은 서울지역 대학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신입사원을 평가할 때 지방대 출신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이 잘못 처리한 일을, 서울지역 대학 출신을 평가할 때는 잘한 일을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편견이라고 생각하는 강고한 생각들의 습벽들은 어떻게 형성되고 작용하는 것일까?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교수인 티모시 윌슨의 <나는 내가 낯설다> 는 이와 같은 정신작용을 ‘적응무의식’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적응무의식이란 프로이트의 무의식과는 다른 개념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어린시절의 원초적인 경험이 모여있는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다면, 적응무의식이란 주변 사태를 파악해서 세련되고 효율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일종의 ‘자동항법장치’ 같은 것이다.

이 적응무의식의 원천은 어마어마하다. 매 순간 우리의 오감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110만 개. 이 가운데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는 40개를 넘지 않고, 나머지 109만 9,960개가 적응무의식의 원천이 된다. 적응무의식은 이처럼 수많은 정보의 패턴을 탐지하고 선택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정교한 문지기 역할을 한다.

인간이 어려움 없이 일상활동을 하는 데 적응무의식에 큰 빚을 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적응무의식은 ‘심리적 면역체계’와도 같아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정보를 가공하기 때문. 종종 인종ㆍ지역ㆍ성적 편견을 강화시키도 한다.

반면 첫 번째 사례에서 ‘학문적으로 꽃을 피울 아이들’ 로 지목한 학생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은 교사들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도 가꿀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나는 왜 이렇게 느끼는가’ 등 ‘자기지식’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쓴 책과 자기계발류의 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적응무의식’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 <나는 내가 낯설다> 의 해석은 음미해 봄 직하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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