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제왕은 누구인가? 버냉키인가, 그린스펀인가?
미국 경제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ㆍ현직 수장들이 최근 엇갈린 경제전망으로 세계 증시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막강한 힘을 과시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 중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당황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국 경제가 연내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던진 쇼크를 벤 버냉키 현 의장이 ‘미국 경제는 건재하다’며 뉴욕 월가를 비롯한 서방 증시를 곧바로 진정시켰다는 점에서 버냉키 현 의장이 앞선 것으로 일단 평가된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FRB에서 물러난 지 1년1개월이나 된 전직이란 점에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의 영향력이 현직인 버냉키를 능가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달 26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콘퍼런스’의 화상통화에서 “미 경제가 올해 안에 침체기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증시 대폭락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어 27일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락했고, 28일에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까지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린스펀의 발언이 투자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면서 증시의 폭락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린스펀의 발언이 갖는 힘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두려움과 좌절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8일 미국 증시는 미국 경제가 건재하다는 버냉키의 낙관론으로 급락 하루 만에 상승 반전했다. 버냉키은 이날 “증시 급락이 경제성장에 대한 FRB의 관점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수주전 상원에서 밝혔던 경제전망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덕인지 초반 혼조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버냉키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로 반전, 강세로 마감했다. 장중 급락세를 지속하던 유럽증시도 버냉키의 발언으로 막판 하락폭이 줄었다. 사실 거시지표는 그린스펀의 편이었다. 4분기 국내총생산이 이전 추정치인 3.5% 성장에 훨씬 못미치는 2.2%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