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세계는 모든 것에 환상이 남아 있다.
피터팬을 믿는 딸에게 환상을 깨라고 말하는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도 ‘어려서 피터팬을 만난 것도 같은…’ 아련한 기억이 있다. 책상이 날아 다니고 의자가 말을 하고, 요정과 마녀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고 공간 이동도 가뿐히 해내는…, 그런 게 아이들의 세상이다. 책상은 물체일 뿐이며 요정은 신화 속 존재이고 공간이동은 SF라며, ‘사실’을 확인해가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는 걸까?
그런데 그 ‘사실’로도 초특급 상상을 만들어 가는 작가가 있다. 롭 루이스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필름 편집자였다. 어느 날 자신의 삶에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림책 작가가 된다. 롭 루이스는 학교와 도서관을 찾아 다니며 아이들과 만났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책은 아이들이 친구처럼 생각하는 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실’에 익숙한 어른, 롭 루이스는 <제이크의 생일> <헨리에타의 첫 겨울> <트레버가 벽장을 치웠어요> <이 고쳐 선생과 이빨투성이 괴물> <이 고쳐 선생과 해골투성이 동굴> 같은 작품을 통해 그 ‘사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상상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게 만든다. 이> 이> 트레버가> 헨리에타의> 제이크의>
대표적인 이야기가 <이 고쳐 선생과 이빨투성이 괴물> 이다. ‘이 고쳐’ 선생은 치과의사로 이름이 높다. 어느 날, 동물원 사육사로부터 치통을 앓는 동물을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런데 그 동물은 이빨이 만 개나 된다나? 이>
이 고쳐 선생은 괴물 치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어쩌죠? 우리 진료실은 이빨이 만 개나 되는 거대한 동물이 들어오기엔 적당하지 않은데….” 이 고쳐 선생은 괴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병원을 튼튼하고 큼직하게 고쳐야 한다고 수선을 떤다.
“진료실이 문제가 아니에요, 선생님. 전 어쩌면 좋죠? 산 채로 잡아먹힐 거예요.” 비서인 달달 부인은 괴물에게 잡아먹히느니 아예 출근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빨이 만 개나 되는 괴물이 들어온다는 소문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라 이 고쳐 선생을 찾아와 한바탕 시위한다.
두렵기는 이 고쳐 선생도 마찬가지, 이제라도 동물원에 전화를 걸어서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말을 할까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이빨이 만개나 되는 괴물이라도 치통으로 고생하는 불쌍한 환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드디어 동물원 차가 들어온다. 도대체 어떤 괴물일까? 이빨이 만 개나 된다니, 그 입은 얼마나 거대할까?
이빨투성이 괴물과 이 고쳐 선생의 격렬한 혈투를 기대하시라. 기대만큼 반전의 효과도 크다. 우리 딸은 단 한마디로 그 충격을 말한다.
“헐-.”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아이> 관장 김소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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