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는 2·13합의와 함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가 '선 순환 구조'로전환되는 계기가될것으로 보인다. 비록 낮은 단계의 합의지만 핵 위기와 남북대화 단절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일단 끊고 선순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6자회담 교착→북측의 미사일 발사실험→쌀·비료 지원 및 이산가족상봉 중단 등 남북대화 단절→북측의 핵실험→유엔 대북제재결의 등 악화 일변도였다.
쌀지원은 2·13조치 이행후로 넘겨
남북관계 속도, 北核진전과 보조
한반도 정세 '선순환' 구조로 전환
이번 합의 내용으로 볼 때 남북협력 확대 등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북측의 영변핵시설 폐쇄·봉인 조치 이후 불능화 단계에서 이루어질 공산이 커졌다.
쌀 지원을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시한(4월 13일) 이후로 미루고 경의·동해선 철도연결 시험운행을 상반기로 잡은 것으로볼때이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는 남북문제를 북핵문제와 전략적으
로연계시키려는 남측의 의지 때문이다. 이번 합의가 단계적인'행동대행동'틀을 갖춘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따라서 향후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의 확대,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폭·범위는 북측의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등핵폐기 협상 진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심포지엄에서 "남북대화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역할을 해야 한다"며 "늦더라도 앞으로 굴러가고 뒤로는 굴러가지 않는 그런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태도변화는 이례적이다. 쌀지원의 명문화 요구를 접은 것은 물론, 남북접촉에서 거부해 온 북핵문제의 논의를 이번에 수용했기 때문이다. 합의내용 중 '2·13합의의 원만한 이행에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비핵화 의지의 일단을 보인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의 적극적 의사표시로 풀이돼 차기 6자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지원이 6자회담의 카드가 되면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구축에서 남측이 활용할 자원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또 같은 이유로 남북 군사긴장 완화, 납북자·국군포로 송환 등 남북 양자현안 해결의 장기 지연도 우려된다.
한편으론 합의문에 없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비료 조기지원" 발언으로 한나라당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면합의 또는 구두합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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