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예멘을 맞아 힘겹게 승리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28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예멘(FIFA랭킹 143위)과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19분 터진 양동현(울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승리했지만 합격점을 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소집 훈련 기간이 짧았고 비시즌 중이라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치른 경기지만 ‘올림픽호’가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를 밑도는 것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예상대로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양동현(울산)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서울)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포진했고 김승용(광주)과 이승현(부산)이 좌우 날개로 나섰다. 백지훈(수원)과 오장은(울산)이 중앙에서 공수를 조율했고 포백라인은 김진규(전남)와 강민수(전남)가 중앙에, 박희철(포항)과 김창수(대전)가 좌우에 위치했다.
한국은 전반전에 전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패스 연결이 부정확한 가운데 스피드를 이용한 좌우 측면 돌파와 미드필더들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도 보이지 않았다.
베어벡 감독은 소집 훈련에서 “빠른 축구로 예멘의 밀집 수비를 뚫겠다”고 말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오히려 볼 처리를 빠르게 하지 못하며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해 경기 속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여러 차례 맞은 세트 피스에서 시도한 크로스와 슈팅도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33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상대 패스를 가로챈 이승현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에 맞았고, 전반 45분 아크 정면에서 맞은 프리킥 찬스에서 김진규가 날린 오른발 슛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한국은 후반 초반 김승용과 오장은이 좋은 찬스를 맞았지만 거푸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볼 소유권을 유지했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한 채 답답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선제골은 후반 19분 박주영-김승용-양동현 트리오의 합작으로 연출됐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며 김승용과 2대 1 패스를 주고 받은 박주영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쪽으로 패스를 내줬고 빈 골문을 마주하고 있던 양동현이 가볍게 마무리했다. 양동현은 지난해 11월21일 일본 올림픽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올림픽호의 킬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베어벡 감독은 선제골이 터진 직후 김승용과 이승현 대신 이근호(대구)와 서동현(수원)을 투입, 양동현-서동현 투톱에 박주영과 이근호를 좌우 날개로 배치해 공격진을 재정비했지만 추가골 찬스를 잡지 못한 채 1-0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박주영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상대 선수와 신경전 끝에 레드카드를 받아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복병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 "기대치 밑도는 경기"
▲핌 베어벡 감독=쉽지 않은 경기였다. 수비 위주의 팀에게는 빠른 선제골이 필요한데 선제골이 늦게 터져 선수들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경기가 됐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해 팀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다. 볼 처리가 빠르지 못했고 패스도 부정확했다. 공격수들이 상대 문전으로 침투하는 능력도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기대치를 밑도는 경기였다. 박주영은 오늘 큰 실수를 저질렀다.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개인 뿐 아니라 팀에 큰 손실을 입히는 처사였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오늘 일을 거울 삼아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
수원=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