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투병하는 아내의 약값과 대학 등록금을 마련키 위해 건축 폐기물을 훔치려다 아버지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김모(63)씨는 27일 새벽 집을 나서 1t 화물차에 올라 탔다. 옆 자리에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2년째 휴학 중인 둘째 대학생 아들(29)이 앉아 있었다.
4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아 주위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운 아내 이모(55)씨와 2살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큰 아들(31)을 집에 남겨둔 채였다. 김씨는 관악구 봉천동의 주택 재건축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김씨는 1997년 사업이 어려워져 점포를 정리한 뒤 10년째 폐품을 모아 팔아 한 달에 50만원 정도 벌었다. 대부분 생활비는 출가한 딸과 사위가 보내주는 돈에 의지해온 김씨는 건축 폐기물을 갖다 팔면 한 몫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김씨 부자는 재건축 현장에 도착, 철제 대문과 창틀 등을 뜯어 화물 칸에 싣던 도중 현장에 있던 재건축 조합장 채모(55)씨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김씨 부자가 화물 칸에 실은 건축 폐기물은 고물상에 팔아도 1만원밖에 받지 못할 분량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초범이고 범행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재건축 공사장에 버려진 것이라 그냥 주워 팔아도 되는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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