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현직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네 번째이지만 노 대통령은 2003년 9월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도 탈당한 적이 있어 재임 중 여당 당적을 두 번 던진 첫 대통령이 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태호 청와대 정무팀장을 영등포 우리당 당사로 보내 송영길 사무총장에게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심경을 담은 ‘열린우리당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글에서 “임기가 끝난 뒤에도 당적을 유지하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은 많은 시행 착오를 겪고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헤쳐 가고 있는데 나의 책임이 크다”며 “당원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도 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은 민주세력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정당”이라며 “역사의 큰 길에서 언젠가 여러분과 다시 함께 어깨를 같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임기 말 단임 대통령을 공격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선거 전략상 대통령은 집중 공격의 표적이 된다”며 “여당 또한 대통령을 차별화하는 것이 유리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여당 (대선) 후보에게 도움이 될 만큼 국민 지지가 높아야 하는데 나는 역량이 부족해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당적 정리를 요구한 바 없으나 아직도 적지 않은 의원들은 당적 정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론상 당론을 정하자고 할 수도 있는 일이나 그렇게 되면 당이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탈당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통합과 새로운 정치라는 창당 정신이 온전히 지켜져 우리당이 나라의 역사를 열어가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는 덕담도 남겼다.
노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대통령이 임기 말에 탈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논평했으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위장 이혼임을 만천하에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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