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초등학교 여교사였던 송은숙(42)씨가 변신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2002년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으로 1993년 문자인식솔루션 업체 ‘한국인식기술’을 창업한 남편은 9년 뒤 코스닥 진출을 한달 앞두고 과로로 세상을 등졌다.
설상가상으로 후임 대표가 10억원의 사기를 쳐 주가는 폭락했고, 주식의 80%가 남편 앞으로 돼 있어 감당 못할 상속세가 가족에게 돌아왔다. 남은 해결책은 하나였다. 20년 가까이 교사로 살아왔던 주부 송 씨는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초등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본 적이 없었던 송 대표에게 회사 경영은 힘든 일이었다. 송 대표가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남편이 남긴 수첩이었다. 송 대표는 “수첩 속에는 남편이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쌓은 인맥들이 적혀 있었다”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은 그 사람들로부터 나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남편의 수첩으로 인맥의 중요성을 깨달은 송 대표는 이를 곧장 사업에 적용했다. 남편이 남긴 국내 최고의 문자인식솔루션 ‘글눈’을 응용해 명함을 스캐너로 읽어 엑셀 등 원하는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는 명함인식 소프트웨어인 ‘하이네임1.0’을 2004년 3월에 출시했다.
초창기에는 명함의 배경색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일부 글씨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의 오류가 나왔다. 그러나 중소업체로서는 드물게 20명의 상담요원을 배치하고 두 달에 한번씩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노력 끝에 2006년 출시한 하이네임3.0은 100%에 가까운 문자인식률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전력 동양증권 문화관광부 한진해운 등 40여개 기업 및 기관이 하이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 2억~3억원이었던 매출도 수십억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송 대표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대부분 인맥 속에 묻혀있다”면서 “자신의 인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하이네임을 통해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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