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팔모'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는 기능직 공채 출신의 전상호(59ㆍ사진) 광양제철소 제강부 부관리직(명장)이 순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대부분이 고졸 출신인 포스코 기능직 가운데 박사 학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명장은 쇳물에서 산소를 제거해 강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독창적인 탈산법(脫酸法)을 개발, 우리 시대의 '모팔모'로 불리운다. 모팔모는 MBC 드라마 '주몽'에서 초강법(抄鋼法)이란 기술로 강철검을 만들어 주몽이 한나라의 공격을 막아내고 고구려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대장장이(이계인 분)를 말한다.
전씨가 학위를 따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1973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인하공전을 나와 군 복무를 마치고 포스코에 들어온 그가 맨 처음 배운 것은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 이하인 기능직과 4년제 대졸 이상인 관리직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을 뿐인데 전문대졸과 너무 큰 격차가 나는 것을 실감했던 그는 "학력에 대한 편견과 자격지심을 극복해 보자"고 다짐했다.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우선 풀리지 않는 문제점과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등을 빼놓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
문제가 안 풀려 난감한 적도 많았지만 오기와 고집은 오히려 그를 단련시켰다. 이렇게 20여년을 보내자 점차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95년 9월 대한민국 명장에 이어 96년 3월 국가자격증인 제강 기능장 타이틀을 취득했다.
내친김에 이공계 대졸자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기술사 시험이 현장 경력 11년 이상의 기능직들에게도 허용되자 이에 도전, 97년 철야금 기술사 자격증도 땄다.
물론 낮엔 직장생활을 하고 밤에는 책과 씨름하는 주경야독의 힘든 행군이었다. 이어 2000년 12월 전국 신지식인 대통령상 수상과 2004년 순천대 석사학위 취득에 이어 박사학위까지 받게 된 것.
그가 일하는 곳은 고로(高爐ㆍ용광로)에서 막 나온 콸콸 끓는 섭씨 1,500도의 선홍색 쇳물을 가져와 좌우로 뒤집을 수 있는 전로(轉爐)에 담은 뒤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을 만드는 제강부다.
온 몸을 휩싸는 뜨거운 바람과 눈부신 섬광, 굉음이 가득한 이곳에서 그는 독창적인 탈산법을 개발했다. 쇳물에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선 원래 망간철-규소철-알루미늄을 순서대로 넣어야 하는데, 수백번의 실험 끝에 이 순서를 바꿔 우리만의 탈산법을 개발, 더 강한 철을 만들었다.
학력에 대한 편견을 용광로에 녹여 버린 그는 "학력보단 기술과 기능이 우대받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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