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산책과 자본주의 "세계의 창" 휴대폰, 이기의 거울은 아닐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산책과 자본주의 "세계의 창" 휴대폰, 이기의 거울은 아닐까?

입력
2007.03.05 02:07
0 0

김영민 지음 / 늘봄 발행·255쪽·1만1,000원

“산책은 자본제적 셈평의 교환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실천이다.” 이 정언명제가 오독을 낳을세라 저자는 “그러나 그것은 탈세간의 근본주의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라고 바투 덧붙인다.

산책이란, 자본주의 체계라는 세속을 도외시하는 걸음이 아니라 현장을 지키며 그것을 거슬러 “몸을 끄-을-고 나아가는” 삶의 양식이라는 것. 유려한 문장가이자 철학교수(한일장신대)인 저자에게 비평은 응당 산책의 다른 이름이다.

분량은 단출하나 정독을 요하는 48편의 문화비평들은 제각각 자본주의 한국의 풍경 이면에 감춰진 기원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호들갑스럽게 복원된 청계천에서 저자는 “시골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도시의 배설물”을 발견하고 자연마저 생산할 수 있다는 문화의 도착된 자신감을 우려한다.

‘아침형 인간’ 신드롬에 대해선 “성공은 신화가 아니며 자신의 기상시간에 있다는 허풍”이라고 꼬집는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아침보다 먼저 몸을 일으켰던’ 사람들을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핸드폰이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라고? 산책자의 눈에 그 작달막한 문명의 이기(利器)는 차라리 제 이기(利己)와 나르시시즘을 비추는 거울이다. 너나없이 핸드폰을 놀리는 ‘호모 셀포니쿠스’(homo cell-phonicus)들은 생각과 태도와 동선을 서로 모방하고 고착시킨다. 이런데도 ‘차이’(It’s different!)를 내세우는 광고 카피는 얼마나 기만적인가.

TV에 대한 비평은 날카롭다 못해 신랄하다. 저자는 월드컵 응원 열기에 달뜬 군중들이 제 주변을 청소하게끔 만든 건 시민의식이 아니라 텔레비전 의식이라고 말한다. 사회 곳곳에서 시청자의 인식이 시나브로 TV가 원하는 풍경에 순치되는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철학자의 사유에서 ‘인문학의 죽음’은 소크라테스나 예수의 그것과 닮아있다. 인문학은 늘상 지는 싸움을 통해 당대의 타락한 풍경을 고스란히 드러내 왔으니 말이다. 지식인에게 표절은 친일보다 더 나쁜 행각이라거나 자살은 몸에 대한 개인의 선택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언뜻 과격해 뵈는 주장도 저자의 우아하고 정치한 문장에 담기니 한 번쯤 음미해볼 여지를 갖는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