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전도사가 중소기업계의 수장이 됐다.
28일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제23대 회장선거에서 김기문(52) ㈜로만손 대표 겸 시계조합이사장이 현 김용구(64) 회장을 누르고 4년 임기의 차기회장으로 당선됐다. 5명이 겨룬 1차 투표를 거쳐 두 후보가 맞붙은 결선투표에서 김기문 대표는 318표를 획득, 김용구 회장(155표)을 압도적 차이로 눌렀다.
충북 괴산 출생인 신임 김 회장은 1982년 솔로몬시계에 입사하며 시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88년 직원 6명으로 로만손㈜를 설립, 본격적인 시계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시계 유리를 보석처럼 세공해 보석 이미지를 연출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고, 90년 세계 최초로 ‘커팅 글래스 시계’를 만들어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중동 지역 위주로 판매된 커팅 글래스 시계값은 개당 15달러에서 1년 만에 25달러까지 치솟았고 89년 1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매출은 2년만에 60억원까지 치솟았다. 걸프전 발발에 따른 중동지역 판로위축, 홍콩 등에서 판을 친 ‘짝퉁’시계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러시아, 아시아, 유럽, 미주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모색했다. 140만 마일에 달하는 항공마일리지는 그가 얼마나 해외로 뛰어다녔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요즘 개성공단에 입주한 공장 일로 바쁘다. 로만손은 개성공단 1세대 기업이며, 그는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비용을 견디지 못해 해외로 떠나는 중소기업들에게 개성공단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1일부터 신임 회장으로 일하게 된 김 회장은 “한달에 평균 500여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중소기업 생존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선 각오를 밝혔다.
김 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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