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고 갑니다.”
뇌사 상태로 죽음을 눈 앞에 둔 40대 노동자가 이웃들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숭고한 사랑을 실천한 이는 현대엘리베이터에서 기능직으로 일했던 남병현(48)씨.
남씨는 2월12일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길에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뇌혈관이 터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남씨의 뇌사 판정은 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였다. 노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무분규 노사협상을 이끄는 등 노사화합에 앞장서 온 그였기에 직장 동료들이 받은 충격과 상실감도 컸다.
가족들은 그에게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지자 주저 없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남씨가 평소 “내 마지막 봉사는 장기 기증으로 마감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기 때문이다. 아내 김유리(48)씨는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며 일밖에 모르던 남편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남편의 눈과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남는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남씨의 큰형 종현(㈜그래미 회장ㆍ64)씨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가족과 직장을 위해 헌신했던 동생이 마지막까지 베풂과 나눔의 삶을 살고 갔다”며 안타까워 했다. 28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12시간에 걸쳐 진행된 장기적출 수술을 통해 남씨는 9명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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