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서로 적대하는 사이에 최고위급의 회담을 통해 막힌 쟁점을 풀어내는 것은 국제사회의 오래된 관행임과 동시에 매우 유용한 정책수단이다. 냉전기 미ㆍ소가 그랬고 분단시기 동ㆍ서독이 그랬고 중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국내정치에서도 국면 타개를 위해 여야 영수회담은 최후의 해결책으로 간주된다.
● 대선 때문에 무조건 안된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해결에 기여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며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고 북한의 변화를 앞당기는 순기능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불가를 공식 담론으로 고집하고 있다. 이른바 대선 국면에서 정상회담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국내정치적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한 여당의 정략적 의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금년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민도가 오히려 이를 결코 허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과 남북관계가 부적절한 관계 맺기를 시도해선 안 된다는 원칙적 공감대는 정부여당이 불필요한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함께 야당 역시 대북정책과 관련해 지나친 정략적 계산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에 비추어 정부여당이 남북정상회담을 국내정치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반대해야 하는 것처럼 역으로 지금 우세한 대선 판세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무조건 남북정상회담 반대를 고집하는 것 역시 대선과 남북관계와의 부적절한 연계라고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의 소용돌이 때문에 금년의 중요한 정부 과제 중 하나인 북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아예 노력도 시도도 하지 말라는 것은 분명 야당의 지나친 기우이다.
대선이라는 일정과 상관없이 북핵 해결이 시급한 과제이며 남북관계 발전 역시 미룰 수 없는 중대한 정책목표라고 하면, 당연히 정부는 금년 대선 일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의 포괄적 연장선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에 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대선에의 영향력을 지레 짐작한 나머지 어떤 경우에도 정상회담은 불가하고 급속도의 남북관계 진전은 안 된다는 식의 '부자 몸조심' 격의 야당 주장은 정작 필요한 문제해결 노력을 봉쇄함으로써 정부에 직무유기를 강요하는 잘못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2007년은 2ㆍ13 합의를 통해 핵문제 해결에 유의미한 출구가 마련되었고 핵폐기를 위한 9ㆍ19 프로세스로의 진입이 시작되는 해다.
7개월만의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와 기존의 정상적 남북관계로의 복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정세의 호전이 예상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미 북미관계는 고위급의 상호 방문 등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 여야 모두 정략적 의도 버려야
이런 긍정적 정세환경에서 정부가 북핵 해결에 기여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앞당기는 다양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야당은 정부의 정당한 노력을 도와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방편이고 또한 그것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야당은 이를 적극 지원하되 다만 그것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투명성 제고와 국민적 합의 수렴을 강하게 주문하고 감시하는 것이 순리이다.
여당에 의한 정치적 악용 가능성만을 내세운 채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반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정작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될지도 모른다.
김근식ㆍ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