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라비, 니콜라 윌로 지음·배영란 옮김 / 조화로운삶 발행·320쪽·9,800원
두 대담자부터 소개하자.
피에르 라비. 1939년 알제리 케낫사 출생.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됐다. 파리의 한 기업에서 일하던 1960년,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자 아내와 함께 아르데슈의 시골 마을에 정착했다. 친환경 농법에 기반한 ‘생명 농업’을 주창하고, 자신의 경험을 유럽과 아프리카 각지로 전파하고 있다. 농번기에는 평범한 농부다.
니콜라 윌로. 1955년 프랑스 릴 출생. 부유한 가정에서 순탄하게 자라 의대생이 됐다가 입학 6개월 만에 사진작가로 전향했다. 취재 여행 중 과테말라 대지진 참상을 목격한 뒤 열렬한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20년째 프랑스 방송사에서 환경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그는 올해 치러질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정치적 역량도 출중하다.
접점을 찾기 힘든 삶을 살아온, 저명한 두 프랑스 환경운동가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두 사람의 스타일, 사고방식, 지향은 생애 만큼이나 다르다. 넉넉지 못한 성장 과정을 거치며 학교보다 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 피에르 라비는 조곤조곤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환경문제에 대해 급진적이다.
반면 거침없는 언변에 그물망 인맥을 과시하는 마당발 니콜라 윌로는 환경 운동과 현실적 조건의 조화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실용주의자다.
초면의 예의를 깍듯이 갖추고 있지만 두 대담자는 초반부터 매섭게 충돌한다. “소유욕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넘치게 가져도 된다”는 윌로의 견해에 라비는 즉각 “위험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과학 발전은 환경에 해악을 끼칠 뿐이라는 라비의 불신감에 맞서 윌로는 그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데 과학이 공헌한 바를 상기시킨다.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사회가 단결해 국가를 압박해야 한다”(라비)는 생각과 “급진적 환경 정책은 필연적으로 특정 계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윌로)이란 견해도 여지없이 부딪힌다.
이대로 가면 파멸이라며 지속적 마이너스 성장을 제안하는 ‘농부 철학자’와 개발의 테두리 안에서 환경 보전의 지혜를 모으자고 역설하는 ‘녹색 운동가’ 사이엔 애초 의기투합의 가능성이 희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의 철학은 놀랍게도 합일의 경지로 나아간다.
기존 제도와의 연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그들은 “한 사회의 궁극적 변화는 제도적 대안 아닌 윤리의식의 전환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 한다.
나아가 생명의 신비에 감응하고 자연-인간의 관계를 재인식하는 ‘집단 지성’을 만드는 것이 환경운동의 최종목표라는 공감을 이뤄낸다. 두 생각의 끈은 자연의 속도에 맞추는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는 반성에서 다시금 단단히 묶인다.
결코 필요 이상 동물을 죽이지 않는 인디언 사냥꾼과 수확량이 두 배 늘면 농사를 반만 짓겠다는 아프리카 농부들을 화제로 삼으며 두 견결한 환경운동가는 그들의 꿈이 ‘오래된 미래’에서 행복하게 만나고 있음을 기쁘게 여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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