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의 기능과 책임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높아지고 이사회 구성도 많이 투명해졌으나 사회적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주의 입맛에 맞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고액 보수와 스톡옵션 등의 특혜를 주고 '거수기' 역할을 시켰던 과거 관행은 최근 1~2년 사이에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하지만 주주와 회사를 위한 경영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12월 결산 30대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199명은 지난해 이사회에 올라온 5,263건의 안건 중 반대의견이 제시된 것은 15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반대의견이 제기된 기업은 포스코(8건) KT&G(6건) 대우조선해양(1건) 등 3개사에 그쳤다.
반대율 0.29%라는 기록과 함께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LG전자 현대중공업 신세계 롯데쇼핑 등 27개사에선 주요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얘기다.
개별 안건의 구체적 내용을 따져보지 않은 채 이 수치만으로 사외이사가 책임을 방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를 50% 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법 조항과 시장신뢰 제고 필요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전문성과 명망도를 지닌 인사를 영입하려고 애써온 것도 사실이다.
"반대율이 낮은 것은 회의의 효율을 위해 사전에 사외이사들과 충실히 협의하고 조율한 안건 위주로 이사회에 상정하기 때문"이라는 기업들의 설명도 배척할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0%대의 반대율을 이런 이유만으로 납득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존중해 안건을 미리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한다지만, 사실상 경영정보를 독점한 기업주나 집행임원들에 비해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굳이 여러 의혹을 낳을 수 있는 사전 협의까지 해가며 반대율을 낮추려는 의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찬성이든 반대든, 공개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지배구조 개선의 요체임을 회사와 사외이사 모두 깨달았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