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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네팔·아제르바이잔·코트디부아르 대사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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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네팔·아제르바이잔·코트디부아르 대사 좌담회

입력
2007.03.0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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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지난달 26~28일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동티모르(아시아) 네팔(아시아) 아제르바이잔(동유럽) 코트디부아르(아프리카) 4개국 대사를 초청, 28일 좌담회를 가졌다.

한국 대사관이 개설된 곳은 192개 유엔 회원국 중 100여개국. 그런데 4개국 공관은 외교통상부가 ‘오지(奧地) 공관’으로 분류하는 나라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 내전 또는 전쟁상태였고 지금도 정정이 불안한 ‘분쟁지역 공관’이기도 하다. 가기 어렵고, 생활하기 어렵고, 위험하기까지 한 이곳에서 외교활동과 교민보호에 여념이 없는 대사들로부터 오지 외교의 생생한 체험을 들어 봤다.

_오지인 동시에 분쟁지역이어서 교민ㆍ여행객 보호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남상정 주 네팔대사= “지난해 8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 인근 계곡에서 우리 배낭족이 실족사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발견된 적이 있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실족 후 수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우리 영사가 시신을 확인하는 데만 3일 걸렸다. 직접 등반해 현장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베이스 캠프가 있는 고지 같은 경우 헬기를 이용하지 못하면 1주일을 걸어가야 한다. 국내 여행객이 히말라야 산악 트래킹을 할 경우 관광가이드의 안내를 받든지 2인1조로 행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고 사고 시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여행객 중에는 민주화운동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시위가 재미있다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다.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문호준 주 동티모르대사= “지난해 5월 해고군인의 반란으로 시내에서 총격전이 발생했는데 사업차 온 우리나라 회사원 중 한 명이 총소리를 듣고 바깥으로 나왔다가 유탄에 맞은 적이 있다. 위험한 곳일수록 호기심보다는 신변안전을 중시해야 한다. 남 대사는 2인1조를 말씀하셨는데 나는 3인1조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고를 당하면 한 사람은 사고당사자를 보호하고 다른 한 사람은 신속히 대사관에 연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티모르 같은 분쟁지역에 왔을 경우 대사관에 미리 연락을 해 줬으면 좋겠다.”

이지하 주 코트디부아르대사= “2004년 12월 대규모 유혈폭동사태 이후 교민인구가 300명에서 150명으로 줄었다. 폭동 당시 초기단계에는 교민들이 대사관 지시에 잘 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긴장도가 떨어지면서 불감증이 생겼다. 상황이 발생하면 인터넷에도 올리고, 전화도 돌리고 하는데도 교민에게 상황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_대사관 직원이나 교민들이 풍토병과 생활시설 미비로 겪는 어려움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

류광철 주 아제르바이잔대사= “치료문제가 심각하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에서도 의사의 수준이 낮고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병이 나면 무조건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였기 때문에 체육시설 등 가족 여가시설도 거의 없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항상 고민이다. 수도인 바쿠는 19세기 말 석유산업이 처음으로 상업화한 도시로 현재도 산업시설이 많다. 더구나 최근의 경제개발 붐으로 전체인구 800만 중에 300만명이 바쿠에 산다. 그러니 공해가 오죽 하겠는가.”

남 대사= “네팔은 11년 간 마오이스트와의 내전으로 인프라가 거의 없다. 공산품과 유류를 100% 인근 인도에 의존한다. 더욱이 지금은 민주화 운동에 따른 혼란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많다. 카트만두로 진입하는 도로가 시위대에 점거되면 생필품이나 기름이 언제 공급될지 모른다. 이 때는 정전이 하루 6, 7시간씩 계속되기도 한다. 위험한 풍토병은 없지만 의료수준이 낮고 시설도 없어 현지에 봉사단으로 나온 우리 협력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이 때문에 큰 병이 나면 인근 태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다. 네팔 수상도 우리와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할 정도다.”

이 대사= “수도를 옮겨야 했을 만큼 말라리아 황열병 뇌수막염 등 풍토병이 심하다. 말라리아는 대사관 직원이나 교민들이 일상적으로 걸리기 때문에 응급처치용 주사기를 준비해 놓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수도 아비장에 유럽 모 화학회사가 독성이 강한 폐기물을 버리고 가 15명이 죽고 12만명이 호흡기 장애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폐기물 투척장소가 대사관에서 불과 3㎞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도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했고 유언비어만 돌 뿐 현지 언론도 무감각했다. 상당기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혼이 났다.”

문 대사= “타국의 무관이 뎅기열에 걸려 후송된 지 3일 만에 사망한 일이 있었다. 우리 대사관 직원도 두 번이나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다행히 회복됐다. 말라리아나 뎅기열은 면역이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감기기가 있으면 지체 없이 확인하고 있다.”

_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오지 국가와 외교관계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대사= “코트디부아르는 정세와 치안이 불안하지만 서부아프리카의 중심국가다. 코코아 생산량은 세계 1위고, 커피 목재 등 자원도 풍부한 국가다. 앞으로 협력해서 개발할 대상이기 때문에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아 내야 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 협력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남 대사= “네팔은 사실 광물이나 석유자원도 없는 세계 최빈국이다. 그런데도 국내 모 건설회사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계속한다. 그 이유는 개발 원조를 받아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경우 엄청난 건설시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좀 좋아진다 싶어서 뒤늦게 뛰어들면 이미 늦다.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 외교관계 유지는 바로 이런 차원이다.”

류 대사= “석유 가스 등 자원 부국인 이곳에 서방자본이 들어와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여전히 인프라가 낙후돼 있고 산업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과 이에 대해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노력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나라다.”

문 대사= “동티모르는 천연가스 부국이지만 개발이 안되고 있다. 기업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신생국인 동티모르에 대외원조를 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외원조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_최근 중국의 적극적인 대 아프리카 외교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의 오지외교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남 대사= “이른바 대국외교를 펼치는 중국이나 경제강국 외교를 지향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 외교관 수가 적다. 일본은 17명, 중국은 30~40명 규모인데 우리는 4, 5명밖에 안 된다. 주재국과의 협력관계나 정보 수집ㆍ제공, 기업서비스, 교민ㆍ여행객 보호 측면에서 경쟁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기대는 선진국 수준이니 어려움이 크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는 대외원조가 올해 늘어난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위상에서 볼 때 창피한 수준이다.”

류 대사= “우리 현실에서 여전히 한반도 주변 4강 외교가 중요하지만 외교관계의 동심원을 점점 넓혀가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공관을 대폭 축소시켰는데 우리 국력에 비해 공관숫자가 지나치게 적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은 서방이 손대지 않은 미개발지역을 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 대사= “사실 유럽 같은 서방세계는 원조 제공 때 인권 같은 경제외적 문제를 평가한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 확보 등 전략적 측면에서 필요하면 무조건 한다. 그래서 전략적 원조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_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테러로 한국군 병사가 희생됐다. 분쟁지역 대사로서 해외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류 대사= “국제사회나 유엔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일정한 목소리를 내려면 책임도 나눠야 한다. 특히 유엔은 평화유지군(PKO) 예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큰 전쟁은 없지만 국지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PKO 파병은 정치적인 대외원조로 생각해야 한다.”

남 대사= “1993년 소말리아에 PKO를 파병할 때 공병부대인 상록수부대를 보내는 업무를 맡았다. 당시 이탈리아 전투부대가 우리 부대 경호를 맡았다. 과연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군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 전투부대를 보내더라도 자체 방어부대가 함께 가야 한다. 다국적군과 정치적 성격이 다른 PKO는 임무과정상 희생에 대한 각오를 해야 하고, 이를 국민에게도 알려야 한다.”

문 대사= “한국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 군인들의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참전국들은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우리의 발전상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한국에 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윤장호 병장의 희생이 가슴 아프지만 국익과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이 돼야 할 일이다.”

사회ㆍ정리=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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