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랑 지음ㆍ창비 발행ㆍ10,000원
손녀딸과 할아버지가 요즘처럼 가까운 때가 있었을까. 맞벌이 하는 부모가 늘면서 조부모 손에 크는 아이들이 흔하다. 그래서 전처럼 할아버지만 보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줄었을 뿐더러 이것저것 시키는 할머니보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십장생을 찾아서> 는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고, 심심할 땐 말도 태워주는 둘도 없는 단짝 할아버지의 죽음에 아파하는 아이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십장생을>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텅 빈 방에서 까무룩 잠든 사이 할머니의 빨간 비단 주머니 속 학이 나타난다. 옛 사람들이 오랫동안 변치 않고 장수한다고 믿었던 열 가지 자연물, 십장생(十長生)을 찾아 아이는 까만 눈과 멋진 깃털을 가진 학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제가 십장생을 모아 왔어요. 이제 곧 나으실 거예요” 십장생을 비단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아서 병원으로 간 아이는 할아버지의 목을 꼭 끌어안고 속삭여보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제 다 컸으니까 뭐든지 혼자 할 수 있어야지. 얼마나 잘 하는지 할아버지가 늘 지켜볼 거야.” 할아버지의 죽음이 마음에 오래오래 남겠지만 아이는 슬픔을 넘는 법을 배우고 또 의연하게 하루하루 자라날 것이다. “손가락을 베이고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마음도 그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처음으로 경험한 아이의 독백이 짠하다.
정이 담뿍 배어 있는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살리기 위해 작가는 2년 여 동안 직접 천을 염색하고 수를 놓아 사진으로 찍어서 그림책을 만들었다.
천을 덧대 만든 입체적인 학은 진짜로 푸드덕 날아갈 것 같고, 알록달록한 조각보로 만든 해는 뜨거운 기운을 마구 뿜어낼 것처럼 생생하다. 학, 해, 소나무, 사슴, 불로초, 바위, 거북, 물, 산, 구름. 할아버지 방안 곳곳에 숨어 있는 십장생을 찾아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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