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계 ‘대선 적극 개입’ 방침 논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계 ‘대선 적극 개입’ 방침 논란

입력
2007.03.05 02:06
0 0

재계가 올 연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 적극 개입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친기업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성향의 후보의 당선은 물론 당선자의 정책 공약에 친 기업적 정책이 다수 포함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1997년과 2002년 등 과거 대선 국면에서 재계가 ‘부당한 정치자금 제공 거부’ 등 수세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특히 ‘재계의 정치 개입을 견제한다’는 논리에 따라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맞대응할 경우에는 재계와 노동계-시민단체 연합군간에 갈등이 확산될 수 있어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1일 “올해 대선에서는 기업 친화적이고 시장경제에 충실한 정책이 여야 유력 후보의 공약에 반영되도록 범재계 차원에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인하와 규제완화 등 지엽적이고 단기적 차원의 기업환경 개선 사항은 물론이고 국방, 교육, 의료, 국민연금 정책 등 바람직한 국가 운영 방안을 담은 가칭 ‘미래한국비전 보고서’를 작성해 각 후보 진영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친 기업적인 공약의 적극 개발과 후보간 공약을 비교ㆍ분석하는 한편 대 국민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각종 사업비 예산을 지난해보다 19%나 증액했다.

이에 따라 내홍(內訌)을 겪고 있는 차기 전경련 회장 선출 작업이 3월중 마무리 될 경우, 전경련이 새로운 회장단을 중심으로 4월부터는 주요 대선 후보 진영에 친 기업적 내용의 정책을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각 후보의 공약을 평가하는 작업에도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새로운 회장단이 구성된 후 여야 후보진영과 간담회를 갖고 재계의 입장을 적극 개진키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이 정치에도 개입한다는 논란을 의식해 전경련은 후보간 공약 비교에만 그치고,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판단은 회원사에 맡기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공약 비교 평가에서 후보간 우열이 분명해질 경우, 개별 기업이 후보 진영에 대한 정치기부금 규모를 달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사실상 재계의 정치개입을 의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계 주변에서는 전경련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전경련이 일본 게이단롄(經團聯)의 벤치마킹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의 전경련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이단롄은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직접 나서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고, 일 잘하는 정치인에게 정치헌금을 몰아 주겠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매년 친 기업적 성향을 평가한 뒤 정치 헌금을 차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관가와 정치권이 여전히 재계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국적 현실을 감안할 경우, 전경련의 시도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의 대주주격인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LG, SK 등 4대그룹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노동계나 시민단체와 껄끄러운 관계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전경련의 시도가 회원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전경련의 움직임에 적극 대응, 2007년 대선과정에서 재계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높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계가 친 기업적 후보에 대한 지원의 강도를 높여 나갈 경우,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시민단체의 맞대응 수위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