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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경일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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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경일 조정

입력
2007.03.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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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일절 행사는 예년보다 더 풍성할 것 같다. 1919년 당시 만세운동 현장을 재연하는 대규모 행사가 남도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을 두루 거친 뒤, 삼일절 당일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3부 요인이 참석하는 공식 국가기념식 외에도 지자체별로 다양한 기념공연, 행사들이 기획돼 있다.

3ㆍ1운동이 일어난 지 벌써 한 세기 가까이 돼가지만 열기가 잦아들기는커녕 근년 들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독도 영유권, 신사참배, 망언 시리즈 등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본의 망발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 우리 국경일은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삼일절ㆍ광복절ㆍ제헌절ㆍ개천절로 정해졌다가 2005년 말 한글날이 포함되면서 모두 닷새가 됐다. 어색한 것은 이 엄선된 국가 경축일에 일본 식민통치와 관련된 날이 이틀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유구한 반만년 역사에서 일제에 예속됐던 기간은 고작 한 세대에 지나지 않는 35년이다. 그야말로 역사에 한 점 찍을 정도의 이 시간만 빼고 역사상 우리는 늘 일본에 대해 선진 지도국임을 자처해 왔다. 그런데 그 짧은 치욕을 이토록 길이 국가적으로 '기념'할 필요가 있을까?

▦ 많은 나라가 우리 광복절처럼 식민지배에서 풀려난 날을 가장 큰 국경일로 삼는다. 하지만 그들의 피지배 역사는 수백년에 이르기도 하고, 또 이 날을 계기로 비로소 처음 국가 틀을 갖추게 되거나 민족의식이 형성되는 나라들도 많다. 우리의 식민역사와는 애당초 그 의미가 다른 것이다.

그리고 대개는 혁명, 통일, 전승기념일처럼 대내외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높이는 날을 국경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건국기념일보다는 해방일의 의미가 더 부각돼 있는 우리의 광복절이나, 또 삼일절은 어쩐지 왜소해 보인다.

▦ 헌법전문에까지 명시된 3ㆍ1운동의 숭고한 정신과 근대적 민족ㆍ시민의식의 태동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벼이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21세기에 들어선 지금껏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일제치하 아픔을 되뇌는 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어린 세대에게 자칫 국가에 대한 긍지보다는 열등감을 심어주고, 일본인들의 왜곡된 우월감이나 키우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차라리 많은 나라의 메모리얼 데이처럼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의 격상 방안을 포함, 차제에 국경일 조정문제를 한번 논의해보는 게 어떨까.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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